[버디or보기] 윤이나의 LPGA 성공은 ‘윤이나 하기 나름’

입력 2025-01-17 06:00
작년 KLPGA 대상 시상식에서 대상 등 3관왕을 차지한 윤이나. KLPGA

“윤이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요?”

요즘 주변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고 답한다. 하나마나한 뻔한 얘기 같지만 그렇게 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윤이나(21)는 작년 KLPGA투어에서 대상, 상금왕, 최저타수상 등 3관왕을 차지하며 투어 최강자로 우뚝 섰다. 1년6개월여의 투어 공백기를 가진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은 성적이었다.

그랬던 그가 올해부터 활동 무대를 미국으로 옮긴다. 작년 12월 LPGA투어 퀄리파잉 시리즈 최종전에서 8위에 입상하면서다. 퀄리파잉 시리즈 파이널 응시 때만 해도 윤이나의 LPGA투어 진출은 불투명했다. 그가 “LPGA투어 진출보다는 내 능력을 테스트해보는 성격이 더 강하다”고 누누이 밝혔기 때문이다.

아무튼 윤이나는 KLPGA투어를 떠나 LPGA투어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많은 골프팬들은 윤이나의 등장이 침체국면인 LPGA투어 한국군단에 ‘메기’와 같은 존재가 되길 바라며 응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성패에 대한 견해는 여전히 반신반의다. 먼저 실패를 우려하는 이유는 이래서다.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선 윤이나에게 ‘주홍글씨’가 된 2022년 6월 DB그룹 한국여자오픈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대회 1라운드 15번 홀에서 윤이나는 잘못된 볼(wrong ball), 오구 플레이를 했던 것을 그로부터 1개월여가 지난 시점서 늑장 신고했다. 대한골프협회(KGA)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로부터 3년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양 단체는 2023년 말에 징계 기간을 1년 6개월로 줄여 줘 윤이나는 작년 시즌 투어에 복귀할 수 있었다.

문제는 당시 윤이나의 행동이 실수로 인한 ‘잘못된 볼 플레이’가 아닌 고의에 가까운 ‘속임수(cheating)’였다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잘못된 볼 플레이는 다음 홀 티샷 전에 바로 잡으면 2벌타, 바로 잡지 못한 채 스코어 카드를 제출하면 실격처리 하면 된다. 그럼에도 KGA와 KLPGA가 3년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은 윤이나의 행동이 치팅이었음을 보여주는 논거가 된다.

잘못된 볼 플레이는 투어에서 종종 목격되는 일반적인 룰 위반이다. 십중팔구 부주의 때문에 빚어진 일이어서 전혀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치팅은 다르다. 골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여겨 해당 선수는 중하게 처벌되거나 아예 투어에서 퇴출당하기도 한다. 특히 골프 선진국일수록 그런 기조가 더 강하다.

LPGA투어도 예외가 아니다. 윤이나의 사건은 당시 국내외 골프계의 최대 이슈 중 하나였다. LPGA투어서 활동하게 될 동료 선수들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당연히 윤이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호의적일 수 없을 것이다. 투어의 주요 구성원인 캐디들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현지 언론들마저 윤이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매의 눈으로 살필 개연성이 아주 높다.

제아무리 정상급 실력과 강한 멘탈을 갖춘 윤이나라 할지라도 그런 분위기를 이겨내기가 쉽진 않을 것이다. 실제로 동료들로부터 ‘라이어(liar), 치터(cheater)’로 지목돼 LPGA투어서 적응하지 못하고 국내로 유턴한 선수가 있기도 하다. 윤이나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지점이다.
올 시즌 부터 LPGA투어서 활동하는 윤이나. KLPGA

물론 성공할 가능성도 크다. 그 솔루션은 윤이나가 작년 4월 1년 9개월만의 투어 복귀전과 지난해 말 LPGA투어 진출을 선언한 기자회견 때 했던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복귀전 1라운드를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 잘못으로 상처받으셨을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고 싶다”며 “경기하는 것 자체로 행복했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더 정직하고 모범적인 선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하며 속죄의 눈물을 흘렸다.

윤이나는 이어 “사실 골프를 계속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팬들께 감사드린다”면서 “개인의 성적보다는 골프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있었던 LPGA투어 진출 발표 기자회견에서는 “10여년전 아버지를 따라 골프에 입문해 성장 과정을 거쳐 LPGA 진출을 앞두고 여러분 앞에 서게 됐다”라며 “LPGA 진출은 제 오랜 꿈이었다. 오늘의 제가 있기까지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기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골프 선수로서는 결코 해서는 안 될 자신의 일탈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윤이나는 줄곧 반성과 속죄, 감사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고 있다. 어쩌면 골프를 하는 동안은 쭉 그래야 할지도 모른다.

LPGA투어에서는 지금껏 해왔던 것보다 더 언행에 진심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인내하지 못하고 불미스러운 돌출행동을 한다면 그동안 흘린 속죄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었음을 입증하는 꼴이 된다. 그럴 경우 동료 선수들은 마음을 열지 않을 것이고 팬들은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윤이나의 LPGA투어 성공 여부는 오롯이 윤이나 하기 나름이다. 결코 쉽지 않은 여정임은 분명하다. 힘들고 지칠 때면 그동안 자신이 했던 말들을 수없이 되뇌며 스스로를 다잡아야 할 것이다.

윤이나의 LPGA투어 공식 데뷔전은 오는 2월 7일 시즌 두 번째 대회로 치러지는 파운더스컵으로 정해졌다고 한다. 19일 미국으로 출국 예정인 윤이나는 한 달간 준비를 한 뒤 자신의 꿈이었던 LPGA투어 첫발을 내딛게 된다. 기술적, 정신적으로 더욱 성장한 윤이나가 LPGA투어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길 응원한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