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새해 기준금리는 3.00%로 동결됐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원·달러 환율 상승세와 미국 정세 변화,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계획 변동 가능성 등을 고려한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00%로 유지했다. 이러한 결정에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으로 여전히 높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3연속 금리 인하로 미국과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원화 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더 뛸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이후 미국 물가·시장금리 상승 기대 등을 업고 뛰기 시작했다. 같은 달 중순 1410원 선을 넘었고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속 올라 연말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1480원을 돌파했다.
새해 초에도 국내 탄핵 정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강(强)달러 전망 등과 맞물려 1450~1470원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여기에 기준금리까지 추가로 낮아지면 달러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 1500원을 웃돌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 경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을 앞둔 미국 정세 변화도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았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인 28~29일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 완화 속도 관련 언급, 국내 재정 집행 상황이나 추가경정예산(추경) 여부 등을 더 확인할 필요도 있다.
미국 연준은 금리 인하 속도 조절 움직임 역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FOMC 정례회의에서 공개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로 3.9%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전망치(3.4%)보다 0.5%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현재 금리 수준(4.25~4.50%)을 고려하면 당초 예상한 네 번이 아니라 두 번 정도만 더 내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금통위는 경기 부진 속에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11월에도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금통위가 잇달아 금리를 낮춘 것은 금융위기 당시 6연속 인하를 단행한 후 처음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이후 계엄·탄핵 사태까지 겹치면서 소비·투자 등 내수 위축 우려는 더욱 커졌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