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과잉 발주가 이어진 영향으로 용선 단가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슈퍼사이클을 맞아 호황을 누리던 국내 조선사의 LNG선 발주 실적이 당분간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16일 노르웨이 선박 중개업체 펀리스에 따르면 이날 기준 LNG선(삼중연료 추진방식, TFDE)의 1년 정기용선료는 1일당 2만4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엔진 효율별로 봐도 용선료 하락세가 가파르다. 영국 화물정보 제공업체 발틱익스체인지에 따르면 효율이 가장 떨어지는 증기터빈 추진 LNG선의 일 용선료는 지난해 11월 기준 1만1250달러로 전월 대비 55%, 전년 동기 대비 90% 하락했다. 최신 모델인 ME-GI 추진 LNG선도 일 용선료가 전월 대비 43%, 전년 동기 대비 85% 내렸다. 용선료가 내렸다는 것은 배를 임대하는 해운사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최근 운임 수준이 손익분기점 아래로 내려왔다고 보고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LNG선 확보 경쟁이 일었다. 당시 LNG 수요가 폭증하며 덩달아 LNG선 용선료도 올랐지만 2023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LNG 물동량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통상 연 6~8%가량 증가해왔던 LNG 수출량은 신재생에너지와의 경쟁 속에 지난해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유럽의 높은 가스 재고량으로 인해 LNG선의 저장용 수요가 없었던 점도 한몫했다. 여기에 신규 LNG 수출 터미널 사업을 염두에 두고 투기 발주됐던 LNG선들이 시장에 투입된 것도 공급 과잉 현상을 부추겼다.
당분간 신조 선박 유입 규모가 노후 선박 폐선 규모를 웃돌면서 신규 LNG선 발주 수요가 감소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 세계에서 건조 중인 선박은 324척이다. 이들 선박은 향후 3년 내에 선박 건조가 완료돼 선박 운항 시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반면 연료 효율이 낮은 스팀터빈 선박은 202척에 불과하다. 신은비 기후솔루션 에너지공급망 담당 연구원은 “증기터빈 추진 방식의 노후 LNG 선박은 신조 선박보다 조기에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크지만 그 척수가 약 200척에 불과하다”며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계약 없이 투기 발주된 선박으로 인해 과잉공급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화석연료 부활을 추진하는 것은 LNG 수요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주력인 LNG선 발주가 감소하면 국내 조선사의 근본적인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업체들의 LNG선 의존도가 높은 탓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향후 5~6년간 LNG선의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국내 조선사들은 발주 감소에 대비한 수주 선종 다각화 등 대응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