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분단 80주년, 금식기도로 통일의 길을 준비

입력 2025-01-16 09:00 수정 2025-01-16 09:00
15일 경기도 파주시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에서 열린 '제33차 복음통일콘퍼런스' 참가자 200여 명이 북한선교사로 헌신했다. 에스더기도운동 제공

“주여, 분단된 한반도가 복음으로 하나 되게 하소서.”

15일 경기도 파주시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에서 열린 에스더기도운동(대표 이용희) 주최 ‘제33차 복음통일콘퍼런스’ 현장은 통일을 향한 기도의 열기로 가득했다. 약 1,500명의 참석자는 한반도의 복음통일을 소망하며 3일 금식과 통성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간절히 구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200여 명이 한반도 통일 이후 1년 이상 북한 선교사가 될 것을 헌신했다.

이번 성회는 한반도 분단 80주년을 맞아 ‘내 민족을 내게 주소서’라는 주제로 4박 5일간 열렸다. 특히 첫 3일 동안은 북한구원과 복음통일을 위한 금식기도가 진행됐다.

고난 속에 피어난 믿음
탈북민 김보빈 집사가 15일 경기도 파주시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에서 열린 '제33차 복음통일콘퍼런스'에서 탈북 과정을 간증하고 있다. 에스더기도운동 제공

이날은 금식기도 마지막 날로 탈북민들이 직접 집회를 인도하며 생생한 증언과 함께 북한을 위한 기도 제목을 나눴다. 2016년 대한민국에 정착한 김보빈 집사는 ‘고난 가운데서 승리로 인도하신 하나님’이라는 제목으로 세 번의 탈북과 두 번의 강제 낙태, 한 번의 북송을 겪은 자신의 삶을 간증했다.

김 집사는 2003년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한 뒤, 현지 교회에서 복음을 접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됐다. 그러나 자궁암 치료를 위해 탈북을 시도하던 중 공안에 체포돼 강제 북송되며 전거리 교화소에 갇혔다. 그는 “교화소에서 하나님께서 나의 아버지임을 깨닫게 됐다”며 “하나님과 함께하시니 감옥 생활이 천국이 되었고, 그곳에서 전도를 시작해 여덟 명을 복음으로 인도하는 축복을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북한 땅에서 하나님께서 지금 행하시는 구원의 역사를 믿으며 함께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함경남도 함흥 출신의 강철호 새터교회 목사가 탈북민들의 신변 안전과 전국 67개 탈북민 교회의 북한 복음화 사명을 위해, 또한 북에 억류된 6명의 한국 선교사와 정치범수용소에 갇힌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을 위한 기도 제목을 나눴다.

복음통일을 향한 세대 간 연합
지난 14일 경기도 파주시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에서 열린 '제33차 복음통일콘퍼런스'에서 청년들이 탈북민들과 포옹을 하는 모습. 에스더기도운동 제공

이번 성회에는 10대부터 90대까지 한국교회의 모든 세대가 한자리에 모여 통일의 비전을 품고 기도했다. 충남 서산충성교회에 출석하는 최성미(19)씨는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하나님을 뜨겁게 만날 시간이 필요해 참석했다”며 “동족인 북한 동포들을 기억하며 처음 도전한 3일 금식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30여 년간 복음통일을 위해 기도해온 서성옥(78) 집사는 “젊은 세대와 함께 기도하며 큰 도전을 받았다”며 “통일에 관심이 없다고 했던 청년들이 성회를 섬기고 눈물로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하나님께서 다음세대를 통해 일하고 계심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저녁 집회에서는 2000년 이후 출생한 청년들이 강대상으로 나와 북한을 자유케 할 통일의 주역으로 격려받았다. 탈북민들은 청년들을 포옹하며 “함께 북한 고향으로 갑시다”고 외쳤다. 양재온누리교회 대학부 임정표(25)씨는 “탈북민 선교사가 ‘북한에 가서 복음을 전해주세요. 내 아들이 그곳에 있어요’라며 포옹했던 순간이 가장 가슴 깊이 남았다”며 “북한 동포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사명을 새롭게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제2의 평양대부흥을 꿈꾸며
15일 '제33차 복음통일콘퍼런스' 참가자들이 경기도 파주시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에서 기도하는 모습. 에스더기도운동 제공

저녁 집회에서 말씀을 전한 최광 열방빛선교회 선교사는 이사야 6장을 인용하며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낮출 때 국가적 문제든 개인적 문제든 하나님께서 가장 선한 방법으로 해결해 주신다”며 “그것이 우리가 금식하며 하나님께 나아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 선교사는 1998년부터 중국에서 성경통독반 사역을 하다 강제 추방된 이후 국내 탈북민을 선교사로 양성하며 복음통일과 세계선교를 준비하고 있다.

이용희 대표는 이어지는 기도회에서 “118년 전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이뤄졌던 성령대부흥의 역사가 오늘 이곳에 다시 임하길 기도한다”며 “성령의 권능으로 북한에 가서 복음을 증거하는 날을 소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80년의 분단은 우리의 아픔이지만 하나님께서 새로운 길을 열어주실 것”이라며 “이 시간 북한에 문이 열리면 그곳에 가서 1년 이상 선교할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외쳤다. 그러자 통일선교사로 헌신하겠다는 200여 명의 참석자가 강단에 올라와 결단했다.

에스더기도운동은 ‘거룩한 나라, 북한구원·통일한국, 선교한국’을 위해 기도하는 초교파기도운동단체다. 2007년부터는 매년 두 차례 북한구원과 복음통일을 위한 금식기도성회를 이어왔다. 이번 성회는 17일까지 모든 과정이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고, 저녁 집회는 미등록 성도도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집회로 운영된다.

파주=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