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나훈아(78)가 탄핵 정국을 비판하는 발언으로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후배 가수 이승환(59)이 그를 저격한 듯한 글을 올려 이목을 끌었다.
이승환은 지난 13일 인스타그램에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 포스터 이미지를 올리면서 “‘노인’과 ‘어른’은 구분돼야 한다. 얕고 알량한 지식, 빈곤한 철학으로 그 긴 세월에도 통찰이나 지혜를 갖지 못하고 그저 오래만 살았다면 노인”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어른’은 귀하고 드물다. 여기, 닮고 싶은 참 어른의 이야기가 있다”며 “‘어른 김장하’를 꼭 보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승환의 글을 두고 나훈아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달았다. 바로 전날 은퇴 공연에서 나훈아가 자신을 비판한 야권 인사들을 향해 “어디 어른이 얘기하는데”라며 불쾌감을 표했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실제로 해당 게시물 댓글란에는 관련 의견이 다수 게시됐다. 이승환 글에 공감한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환갑도 적은 나이가 아니라며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식의 비판도 올랐다.
앞서 나훈아는 지난 10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라스트 콘서트-고마웠습니다!’ 공연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최근 정치 상황을 두고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리다”라고 말한 뒤 왼쪽 팔을 가리키며 “니는 잘했나”라고 했다. 해당 발언이 알려진 이후 야권 인사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왼쪽이 잘한 게 없으니 비상계엄도 그냥 넘어가잔 건가”라고, 이언주 최고위원은 “왼팔이든 오른팔이든 다 몸에 필요한, 없으면 안 되는 존재다. 그런데 오른팔이 감염돼 썩어가기 시작하면 (어쩔 텐가)”라고, 김원이 의원은 “한평생 그 많은 사랑 받으면서도 세상일에 눈 감고 입 닫고 살았으면 갈 때도 입 닫고 그냥 갈 것이지 무슨 오지랖인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인 김영록 전남지사도 “나훈아는 모두가 인정하는 국민가수고 나 또한 그의 찐팬이지만 요즘 탄핵 시국 관련 발언은 아무리 팬이어도 동의하기 어렵다”며 “양비론으로 물타기하고 사회 혼란을 부추길 일이 결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반발 여론과 관련해 나훈아는 지난 12일 마지막 공연에서 재차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막 그런다. 그래서 내가 ‘니는 잘했나!’라고 한 거다”라면서 “이게 무슨 말이냐면, ‘그래 (오른쪽도) 별로 잘한 게 없어. 그렇지만 니는 잘했나’ 이런 이야기다. 그런데 이걸로 또 딴지를 걸고 앉아있다”고 쏘아붙였다.
나훈아는 “여러분(관객)이 저한테 뭐라고 하시면 ‘그렇습니다’라고 인정하겠다. 그런데 저것들(정치권)이 뭐라고 하는 것은 내가 절대 용서 못 하겠다”면서 “국회의원인지 도지사인지 잘 들으시라. 나보고 뭐라고 하는 저것들, 자기 일이나 똑바로 하라. 어디 어른이 이야기하는데 XX들을 하고 있느냐”고 일갈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