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에 발목 잡혀 ‘비혼’ 추구… 결혼자금 평균 2억 넘었다

입력 2025-01-15 17:30

최근 3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 자금이 2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은 결혼 자금으로 3억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으며, 주택 가격이 높은 서울·수도권의 경우 더 많은 결혼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대한민국 금융소비자보고서 2025’에 따르면 최근 3년 내 결혼한 신혼의 지출 비용은 평균 2억635만원에 달했다. 여기에 결혼 예정자는 결혼 자금으로 2억2541만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해 결혼 비용은 해마다 약 1000만원씩 높아지는 추세다.

결혼 자금은 주택 마련과 결혼식 등에 든 비용을 포함한다. 1억원 미만을 지출한 경우는 응답자의 37%였지만 3억원 이상 지출한 경우도 31%로 적지 않았다. 특히 서울·수도권 거주자는 평균 2억2374만원을 지출해 기타 광역시 거주자들의 평균 비용(1억7905만원)을 넘어섰다.

신혼부부의 과반은 결혼 자금 마련에 대출을 활용했다. 결혼 예정자는 결혼 자금의 절반 이상을 대출로 충당하겠다고 한 응답률이 더 높아 결혼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미혼자 중에서는 10명 중 4명이 결혼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는 비혼 의향자가 32.7%, 결혼 의향자가 26.6%였다. 결혼 의향이 없다고 답한 비혼자는 ‘경제적 여건’ 때문이라는 응답이 47.1%로 가장 높았다. 이는 결혼 미정 응답자의 64%가 ‘가치관과 의지’를 이유로 꼽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소득과 경제적 여건으로 인한 비혼율은 반비례로 나타나기도 했다. 월 소득이 300만원 미만이면 비혼의 이유로 ‘경제적 여건’을 응답한 비율이 절반까지 높아졌다.

기혼 가구 중 40대 이상에서 자녀가 없는 경우는 8%로 흔치 않았다. 다만 40대 무자녀 가구의 결혼 기간은 10년, 유자녀 가구의 결혼 기간은 15년이었다. 나이와 무관하게 무자녀 가구의 결혼 기간은 훨씬 짧은 편이었다.

윤선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결혼 적령기가 늦어지는 만혼의 추세가 증가되고 있음을 고려할 대 비출산, 무자녀 이슈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 기혼 10가구 중 9가구는 노후 준비가 부족하거나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혼 가구의 총자산 평균은 6억7000만원이고, 은퇴 시점까지 2억원 이상을 더 축적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노후 불안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노후 자금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응답한 나머지 한 가구의 총자산은 18억6000만원으로 평균의 2배 수준이었다. 이들 응답자는 상대적으로 총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작고 금융자산(유동자금)과 상속자산 비중도 평균보다 크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를 위해 연구소는 지난해 7월 서울 및 수도권, 전국 광역시에 거주하는 20~64세의 남녀 금융소비자 5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