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여성이 미국 학교 스포츠 경기에서 뛰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미국 하원에서 통과됐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다수당인 공화당 주도로 ‘스포츠 여성과 소녀 보호법’을 찬성 218표, 반대 206표로 가결 처리했다.
이 법안은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활동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역사적인 여성 인권법인 ‘타이틀 나인’의 개정을 요구한다. ‘타이틀 나인’을 학교 스포츠에 적용할 때는 선수의 성별을 개인이 출생할 때 지닌 생식기관과 유전자만을 바탕으로 인정하도록 개정하는 내용이다. 트랜스젠더 선수가 전환된 성에 따라 학교 스포츠에 참가할 수 없게 한 것이다.
법안 통과 후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우리는 성경과 자연을 통해 남자는 남자이고 여자는 여자이며, 남자는 여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트랜스젠더 학생 운동선수의 경쟁 제한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하원의원 두 명만 이 법안에 찬성했다. 성소수자 인권을 중시해온 민주당은 새 법안이 여성을 보호하기는커녕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신체검사를 강요받거나 사생활을 침해받을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반대했다.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의 권리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이 대립해온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였다. 특히 대학 수영선수인 리아 토마스 등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성공을 거두면서 이들의 스포츠 참여를 둘러싼 논쟁이 일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도 선거운동 기간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경기 참여를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법안이 상원까지 통과할 경우 오는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상원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지는 불투명하다. 공화당의 상원 의석이 53석으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할 정도의 의석(60석)에는 못 미치기 때문이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