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와 지하디스트 운동으로 중앙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기독교인들이 직면한 위험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독교 박해가 가장 심한 나라는 북한으로 1993년 첫 조사 이래 23번째, 3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탈레반 정권의 몰락으로 아프가니스탄에 밀려 2위를 차지한 2022년을 제외하고 매년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에서 박해받는 기독교인이 3억8000만명으로 지난해(3억6500만명)와 비교해 4.1%(1500만명) 증가했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한국오픈도어선교회(이사장 김성태 목사)는 15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2025 월드와치리스트(WWL)’를 발표했다. 국제오픈도어선교회(오픈도어)가 2023년 10월 1일부터 지난해 9월 30일까지 수집한 조사를 토대로 전 세계 기독교 박해 현황을 공유하고 박해받는 이들을 위해 중보기도 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날 선교회가 공유한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중앙아시아 지역의 박해 수준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르기스스탄은 박해 지수가 7.5점 상승하며 14계단 오른 47위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상위 50위권에 진입한 것이다. 2021년 사디르 자파로프 대통령 취임 이후 종교의 자유가 크게 제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박해 상황도 두드러졌다. 수단은 내전 격화로 인해 박해 지수가 3점 상승해 5위를 차지했다. 기독교인 살해, 성폭행, 기독교인 가정과 기업에 대한 공격이 증가했다. 지난해 중반까지 770만명 이상의 성도들이 국내 실향민이 돼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실향민 위기가 발생했다. 월드와치리스트 7위를 기록한 나이지리아는 풀라니 무장세력과 지하디스트 단체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으며 성도들이 부당하게 집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
김경복 선교회 사무총장은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교회 공격이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지역 기독교인들에게 가해지는 지속적인 폭력에 대한 다년간의 대처 방안으로 ‘오픈도어 어라이즈 아프리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기독교 박해는 완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여전히 강도 높게 이어진다는 게 선교회의 분석이다. 북한의 3대 악법(반동사상 문화 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으로 불리는 ‘사상문화통제 법령’에는 기독교를 포함한 종교 활동에 대한 처벌 규정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반동사상 문화 배격법 제29조는 ‘미신전파죄’ 명목으로 미신을 설교한 미디어를 접한 이들에게 5년 이상의 중형, 유입·유포한 이들에게는 최소 무기징역에서 사형까지 규정한다. 청년교양보장법 제41조는 ‘청년들이 하지 말아야 할 사항’ 16가지를 나열하고 있는데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 범죄, 마약 관련 행위 등과 함께 종교와 미신 행위를 거론하고 있다.
선교회 북한선교연구소 이다니엘 간사는 “이런 규정들은 기독교를 직접 겨냥한 것으로 북한의 기독교 박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음이 여러 각도에서 확인된다. 한국교회는 북녘의 고통받는 형제자매들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WWL 박해 동향 발표 후 국제오픈도어 부총재를 지낸 에버트 야곱 슈트 박사는 ‘WWL의 선교 전략적 의미’라는 제목으로 강의했다. 그는 “한국 성도들은 종교의 자유를 누리고 있지만, 현시대에 아직도 많은 이들은 그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오픈도어는 다양한 박해를 받는 전 세계 성도들을 위해 개별 상황에 맞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성태 선교회 이사장은 “신앙 때문에 생명까지 위협을 받는 고난받는 성도들의 이야기는 우리를 영적으로 새롭게 각성하고 도전하게 한다”며 박해받는 교회를 향해 지속해서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