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되고 술 마시면 사임할 것이냐” “성폭행이 아니고 바람피운 것은 괜찮나?”
14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 청문회에서는 성 추문과 과도한 음주 이력 등 지명자의 사생활에 대한 민주당의 파상 공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4시간 넘는 청문회 동안 공화당 의원들이 헤그세스 철통방어에 나서면서 헤그세스의 인준 가능성이 커졌다고 미국 언론들은 평가했다.
민주당 잭 리드 의원은 이날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헤그세스를 향해 “당신이 쓴 글 등 다양한 출처에 따르면 전쟁법 무시, 잘못된 재정 관리, 군인에 대한 인종 및 성 차별적 발언, 알코올 남용, 성폭행, 성희롱 등 문제를 일으켰다”며 “국방장관으로 인준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당신이 군에서 어떤 지도자 직책을 맡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팀 케인 의원도 헤그세스의 성 추문을 거론하며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국방부 장관이 될 자격이 있는지 말해줄 수 없느냐”고 따졌다. 이어 “2017년 두 번째 아내와 이혼 전이었는데, 세 번째 아내가 될 여성과의 사이에 아이를 낳은 게 사실이냐. 그리고 그 딸이 태어난 지 두 달도 안 돼 바람을 피웠다”고 따져 물었다. 헤그세스는 3번 결혼했고, 7명의 아이를 두고 있다.
헤그세스 후보자는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합의 하에 이뤄진 관계라고 주장하며 “철저히 조사받았고, 완전히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의혹에 대해 “좌파 언론의 인신공격”이라며 “나는 이런 공격을 기꺼이 견딜 수 있고, 내가 할 일은 진실과 내 명예를 위해 일어서는 것”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과거 실수에 대해서는 “주님이자 구세주로부터 구원받았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의원들도 헤그세스에 대한 의혹이 “대부분 익명의 출처에서 나왔다”고 옹호했다.
민주당 마지 히로노 의원은 “당신은 최근 공화당 동료들에게 술을 끊었고, 장관 임명이 확정되면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맞느냐?”고 물었고 헤그세스는 “물론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히로노 의원이 “24시간 내내 근무해야 하는 장관 자리에서 술을 마실 경우 사임하겠냐”고 따지자, 헤그세스는 “제가 봉사할 장병들을 대신해 (금주 약속을) 한 것”이라며 에둘러 답변했다. 케인 의원도 헤그세스가 과거에 술에 취해 “모든 무슬림을 죽여라”라고 외쳤고, 동료들을 스트립 클럽으로 데려가고 스트리퍼와 춤을 추려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화당 소속 마크웨인 멀린 의원은 “밤에 술에 취해서 투표하려고 나온 상원의원이 몇 명이냐? 그런 의원에게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청한 적이 있냐”며 헤그세스를 옹호했다. 트럼프 2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증인으로 참석해 헤그세스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점을 거론하며 “그는 테러와의 전쟁을 하면서 국방부 본부가 아닌 최전방에서 싸운 장교 출신 첫 국방장관으로서 시각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 내 ‘DEI(Diversity·Equity·Inclusion,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공화당 소속 로저 위커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헤그세스가 국방장관으로 적격임을 강조하며 DEI를 “(미군을) 갉아먹는 산만함”이라고 했다.
반면 이라크 참전 여성용사인 민주당 태미 더크워스 의원은 “우리가 아는 미군은 놀라운 여성들, 부대에서 자신의 자리를 차지한 여성들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국방장관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화당에서 헤그세스에 비판적이었던 조니 언스트 의원이 이날 청문회 뒤 헤그세스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헤그세스의 어떤 답변도 위원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 의원들을 방해하지 않은 것 같다”며 “트럼프가 취임 선서를 한 뒤 (인준) 투표가 예정돼 있으며 헤그세스의 지명이 공식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2기 내각 인사 중 가장 먼저 청문회를 거친 헤그세스는 공화당에서 이탈표가 나오지 않으면 인준될 수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