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 망월동 5·18 구묘역 성역화 사업이 윤곽을 잡았다. 국립5·18민주묘지와 이어지는 곳에 추모공간을 갖춘 역사관을 짓고 다양한 편의시설을 배치한다.
광주시는 “최근 개최한 ‘5·18 구묘역 시민친화공원 조성사업’ 건축기획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성역화 사업의 얼개가 드러났다”고 15일 밝혔다.
시는 1980년 5·18 구묘역을 시민친화적 공간으로 꾸미기 위해 민선 8기 첫해인 2022년부터 5·18단체, 시민사회 집행부 등과 13차례에 걸쳐 TF(테스크포스) 회의를 열고 구체적 의견을 수렴해왔다.
구묘역은 1980년 5월 비닐·천으로 둘둘 말린 채 손수레·청소차에 실려 온 5·18 희생자들이 처음 묻힌 곳이다. 5·18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그동안 여겨져 왔다.
하지만 당시 계엄군 총칼에 의해 숨진 이들이 1997년 5월 완공 이후 우여곡절 끝에 2002년 7월 국립묘지로 승격한 국립 5·18 묘지로 이장된 이후 광주시민과 참배객의 발길이 끊겨 방치돼왔다.
1990년대까지 ‘망월 묘지’으로 불린 구묘역은 5·18 사적 24호이자 제1시립망월묘지 3묘원이다.
1987년 6·10민주항쟁 과정에서 산화한 연세대생 이한열과 물대포에 맞아 숨진 농민 백남기, 5·18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분신한 표정두 등 52명의 민주열사가 현재 잠들어 있다.
시는 209억 원의 예산을 들여 구묘역 성역화 사업을 추진한다. 우선 국립 5·18묘지 2묘역과 연결되는 기존 동쪽 출입구 공간에 역사관을 신축한다.
지상 1층, 지상 2층 연면적 1096㎡의 역사관에는 추모공간과 함께 카페, 매점 등 편의시설을 골고루 갖춘다. 역사관 전면에는 추모행사 등을 치를 공간을 만들고 ‘전두환 비석’과 ‘힌츠페터 추모기념비’는 남겨둔다는 방침이다.
기존 참배객이 오가던 3곳 중 남쪽 출입구에는 75면 규모 주차장을 조성해 차량 진입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철거되는 구묘역 관리동 남쪽 벽은 유가족과 참배객들이 추모 메시지를 남기는 ‘추억의 벽’으로 활용한다.
유영봉안소와 사무동 사이 연결통로는 증축해 실내 공간으로 확장하고 인근 장사편의휴게실은 철거 후 재건축한다는 계획이다. 5·18 유공자와 버금가는 민족민주 열사 범위 등 안장 대상 조건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된 추모관(납골당)은 성역화 사업 이후 2040년 신설할 예정이다.
구묘역과 국립5·18묘지를 잇는 지하도로 개설 방안은 채광, 습도 유지, 침수 등의 문제점으로 최종 결론을 유보했다. 시는 역사성과 상징성을 살리면서 접근성을 개선해 누구나 쉽게 찾는 구묘역이 되도록 하는 데 기본·실시설계 중점을 두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구묘역은 1980년 당시 공포와 분노에 치를 떨던 시민들이 훼손된 가족과 이웃의 주검을 하나둘 안장했던 역사적 장소“라며 “5·18 유족 등과 머리를 맞대고 6월까지 성역화 내용을 더 가다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