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바닥쳤는데, 쿠팡 12월 카드결제액만 3.2조…“생필품은 사야 하니까”

입력 2025-01-15 00:03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연말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 속 주요 온라인쇼핑 플랫폼 중에선 쿠팡이 굳건함을 과시했다. 로켓배송을 앞세운 시장 지배력과 생필품 소비량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대다수 기업은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이 당분간은 쉽게 열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4일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에서의 카드결제 추정금액은 3조2300억원으로 10개 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2위 G마켓(3875억원)과는 8배, 3위 CJ온스타일(3003억원)과는 10배가 넘는 차이를 내면서 독보적 입지를 자랑했다. 11번가(2845억원), GS샵(2812억원), SSG닷컴(2678억원), 현대홈쇼핑(1303억원), 옥션(1138억원),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1133억원), 롯데홈쇼핑(897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재구매율에서도 쿠팡은 83%로 다른 플랫폼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머지 기업들의 재구매율은 20∼50%대에 그쳤다. 쿠팡은 1인당 결제단가 부분에서도 선방했다. CJ온스타일이 21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쿠팡은 20만원으로 바짝 따라붙었다.

지난해 11월과 비교하면 쿠팡(3%)과 CJ온스타일(6%), 현대홈쇼핑(3%)을 제외한 다른 업체들은 모두 카드결제 금액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액수 감소 폭은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가 42%로 가장 컸다.

쿠팡의 독주 이유로는 우선 충성 소비자가 많다는 점이 꼽힌다. 쿠팡 와우 멤버십 가입자 수는 14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신속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을 장악했다. 제주도를 비롯해 강원도, 전라도 등으로 로켓배송 지역을 확대했다. 또 신선식품 부문 등을 강화하면서 생필품 비중을 높였고, 상품 다양성도 확보했다. 쿠팡의 상승세가 올해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업들이 연말 특수를 누리지 못한 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현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로 내수가 크게 부진한 영향이 컸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에 접어들자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민간 소비가 더욱 둔화했다. 생필품 외에 의류·잡화 등 소비가 줄어 온라인쇼핑 플랫폼이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25 유통산업 전망 조사’에서 올해 국내 소매유통시장이 전년 대비 0.4%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업태별 성장률 전망치는 온라인쇼핑(2.6%), 대형마트(0.9%), 백화점(0.3%)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조사에 참여한 300개 소매유통업체 중 64.6%는 온라인쇼핑 성장 가능성도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비용 상승 등을 이유로 들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안정한 대내외 경제 여건 속 기업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소비자들 역시 불안에 떨고 있다”며 “올해 소비시장 상황은 더 안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