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사로잡은 숏드라마, 한국에도 번진다…숏폼 플랫폼들 출사표

입력 2025-01-14 17:44
펄스픽에서 공개된 숏드라마의 라인업. 펄스픽 제공

중국과 미국 시장을 사로잡은 숏드라마(1~2분 분량의 짧은 드라마) 시장이 국내에서도 대중화를 위한 출발선에 섰다. 지난해 달을 거듭하며 숏드라마 플랫폼이 하나씩 등장했고, 해당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콘텐츠 소비층이 휴대폰으로 짧은 시간 안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선호하게 되면서 이에 발맞춘 변화들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달 12일 소프트 론칭한 펄스픽은 14일 서울 강남구 GB성암아트홀에서 공식 출범을 알리는 미디어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펄스픽은 지난해 6월 설립된 디지털 콘텐츠 제작 및 숏폼 스트리밍 서비스기업 펄스클립의 플랫폼이다.

시의선 펄스클립 이사는 “숏콘텐츠는 이제 10, 20대만 즐기는 게 아니라 전 연령대가 즐기는 콘텐츠로 다가가고 있다”며 “시간이 곧 돈이란 생각으로 효율적인 콘텐츠 소비를 추구하는 ‘시성비’가 강조되면서 숏콘텐츠는 이를 충족하는 데 최적화된 형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숏콘텐츠 시장은 여전히 초기 단계이고, 시청자의 수요를 충족할 만한 플랫폼이 부족하다. 국내 시청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이 분야의 선두 주자로 자리 잡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싱글남녀'에 출연한 윤현민(왼쪽)과 정혜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펄스픽 제공

이날 공개된 펄스픽의 라인업은 인지도 높은 배우와 제작진의 참여로 눈길을 끌었다. 윤현민, 정혜성, 김기현, 지우, 그룹 B1A4의 바로(차선우) 등과 이정섭, 이홍래 감독, 안용진 크리에이터가 숏드라마 제작에 참여했다. 이정섭 감독은 드라마 ‘환상연가’, ‘동네변호사 조들호’ 등을 연출했고, 이홍래 감독은 단편영화로 주목을 받았다. 안용진 크리에이터는 SNL 코리아의 대표 작가로 활약했다.

‘싱글남녀’와 ‘그놈이 돌아왔다’를 연출한 이정섭 감독은 “숏폼이라는 게 미니시리즈,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드라마와는 다른 이야기를 펼쳐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 같다”며 “‘그놈이 돌아왔다’는 요즘 젊은이들의 언어로 청춘의 사랑과 삶을 다뤘기 때문에 다른 미니시리즈나 OTT 드라마와는 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을 위한 MZ는 없다'에 출연한 성우 겸 배우 김기현. 펄스픽 제공

국내외에서 숏폼 콘텐츠가 주목받으면서 유명 배우 및 감독도 숏콘텐츠에 거리낌 없이 참여하고 있다. 노년층의 현대 사회 생존기를 담은 ‘노인을 위한 MZ는 없다’엔 성우 겸 배우 김기현이 출연했다. 김기현은 “처음 섭외가 왔을 때 ‘요즘도 날 찾나’ 싶어서 당황했다. 하지만 대본을 보니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노년층이 맞닥뜨리는 당황스러움이 담긴 게 내 경험과 비슷해 많이 공감했다”며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겠다 생각이 들어 작품에 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숏폼이라 말했지만, 이걸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굳이 장르를 나눌 필요가 있나 싶었다”며 “(일반 드라마와) 다르다면 제작 시간이 짧다 보니 계산할 시간이 없어서 순발력이 중요하다는 점 정도였다”고 짚었다.

권명자 펄스픽 대표가 14일 서울 강남구 GB성암아트홀에서 진행된 펄스픽 미디어데이에서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펄스픽 제공

숏폼 콘텐츠 시장은 한국에서는 이제 막 시작된 블루오션이지만 중국, 미국 등에선 이미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펄스픽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숏폼 콘텐츠 시장은 약 52조원 규모로 성장했고, 연평균 성장률(CAGR)은 60%에 달한다. 이런 가능성을 알아본 콘텐츠 업계는 지난해 다양한 플랫폼들을 연이어 론칭했다. 3월엔 탑릴스, 7월엔 비글루, 9월엔 왓챠가 출시한 숏차, 11월엔 위치박스, 12월엔 티빙이 쇼츠 메뉴를 선보였다.

권명자 펄스픽 대표는 “중국의 숏드라마는 미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 잘되고 있다. 하지만 3년 정도 태동기를 거친 중국은 현재 포화 상태가 됐다”며 “한국은 이제 시작인 만큼 중국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거기에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K콘텐츠의 제작 역량을 융합해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