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이 떨어져 일본에서 수요가 적은 암컷 대게를 일부 수입업자가 국내로 들여와 온라인에서 판매해 문제가 되고 있다. 일반인의 경우 국내산 대게와 구별이 쉽지 않고, 국내에선 포획이 금지된 암컷 대게를 일본산으로 속여 판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일본산 암컷 대게 유통을 제한하기 위해 관련 법령 개정 절차에 들어갔다.
14일 정부와 어업계 등에 따르면 일부 수입업자가 최근 몇 개월 사이 일본에서 나는 ‘베어다이(Bairdi)종’ 암컷 대게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수입검사를 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처음 일본으로부터 베어다이종 대게 7톤이 수입된 이후 최근까지도 꾸준히 수입되고 있다. 11월(27톤) 12월(33톤)에 이어 이달도 2톤을 들여왔다.
베어다이종 대게는 국내에서 즐겨 찾는 대표적인 국산 대게(수게) 종인 ‘오필리오(Opilio)종’과 다르다. DNA 검사 결과 다른 종으로 분류된다. 다만 생김새가 거의 비슷해 일반인은 둘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국내에 수입된 베어다이종 암컷 대게는 온라인상에서 ‘일본산 암컷 대게’ ‘북해도산 암컷 대게(빵게)’ 등으로 판매된다. 오필리오종, 베어다이종을 명시한 곳은 드물다. 가격은 1㎏(4~6마리)당 3~4만원대에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대게는 일본에서 별로 인기가 없다. 베어다이종은 오필리오종보다 수율이나 맛이 떨어져 현지 수요가 매우 적은 편이다. 베어다이종 생산량에 대한 정식 통계도 없이 ‘기타’로 분류될 정도다. 일본 북쪽 연안에서 주로 잡히는데 잡히는 양에 비해 수요가 적다 보니 값도 싸다. 베어다이종 암컷 대게는 일본에서 지난달 말 기준 2마리에 746엔에 판매되고 있었다. 한국 대게와 종류가 같은 오필리오종이 현지에서 한 마리당 7000~8000엔 선에서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둘이 20배 가량 가격 차이가 난다.
일본에서 한 마리에 약 3400원인 암컷 대게가 한국에서 적게는 한 마리당 5000원, 비싸게는 1만원대까지도 판매되는 셈이다.
수입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는 없지만 국내산 대게와 오인할 수 있고, 국내에선 포획이 금지된 암컷 대게와 섞어 파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우려에 해수부는 베어다이종 암컷 게 유통을 제한할 수 있도록 시행령 개정 절차를 밟는 중이다. 수입 자체는 막지 못하지만 온·오프라인 유통을 제한하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암컷 대게 어획을 금지하고 있는데 베어다이종 암컷 대게가 수입될 경우 수산 자원 관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