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인수 가능할까…검사에 높아진 환율까지 ‘노심초사’

입력 2025-01-15 06:00 수정 2025-01-15 06:00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그룹에 대한 검사 결과 발표를 연기하면서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계획이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급등한 환율이 자본비율을 떨어뜨려 인수 여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다음 달 초 우리금융·우리은행의 정기검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검사가 종료돼 당초 지난해 12월 중 발표하기로 계획돼있었지만 탄핵 사태 등으로 어수선해지자 두 차례 연기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원칙대로 ‘매운맛’으로 시장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발표 시점을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연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정기검사 결과 발표에는 우리금융의 미흡한 내부 통제, 부정 대출 관련 세부 내용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검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이 다수 드러났다”며 “우리금융이 이제까지 내놓은 피상적인 대책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본다. 근본적으로 미흡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정기검사 결과가 좋지 않다면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경영실태평가는 정기검사를 기반으로 도출되는데 우리금융은 현재 2등급이다. 3등급으로 낮아질 경우 금융사의 자회사 편입 등 신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검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사업계획 정비 등 사전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인수를 통한 우리금융의 포트폴리오 확대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의 인수 여력이 떨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총 인수가액은 1조5493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1.96%으로 당국 권고치인 12% 아래로 떨어져있다. 동양·ABL생명을 인수한다면 CET1 비율이 여기서 0.06%포인트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된다.

최근 1470원대까지 치솟는 원·달러 환율 급등 흐름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금융의 CET1비율은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0.01%포인트 하락한다고 추산된다. 환율이 높아지면 달러 표시 위험가중자산(RWA)의 원화 환산액이 커져 CET1 비율을 끌어내리게 된다.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기한은 계약일로부터 1년인 오는 8월 말이다. 만약 기한 안에 절차를 마치지 못하고 계약이 파기되면 우리금융은 인수가의 약 10%인 1550억원 규모의 계약금을 날릴 가능성도 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