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로 봉침 시술을 하다 환자를 쇼크 상태에 빠뜨린 60대 남성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6단독 박종웅 판사는 의료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64)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1일 오후 발목 통증을 호소하던 B씨(64)에게 봉침을 시술해 상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봉침 시술은 벌의 독을 채취해 만든 봉독액을 주사하는 것이다. 의료 행위로 분류되기 때문에 의사 면허 없이 시술하는 것은 불법이다. 시술하기 전 환자를 대상으로 알레르기 검사를 해야 하며, 응급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검찰은 A씨가 의료인이 아님에도 검증되지 않은 벌침을 B씨 발목에 찔러 넣는 등 불법 의료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시술 이후 B씨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쇼크 등으로 치료를 받았다. 과민성 쇼크로도 불리는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특정 물질을 극소량만 접촉해도 전신에 증상이 나타나는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호흡 곤란과 혈압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
재판부는 “벌침 시술은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줄 수 있는 행위”라며 “피고인은 무면허로 벌침 시술을 해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또 “시술 전 피해자의 체질이나 건강 상태도 면밀하게 확인하지 않았고, 벌 독을 희석하지 않은 채 그대로 사용했다”며 “피해자가 입은 상해 정도가 매우 심해 피고인의 죄책이 무겁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는 점과 피해자 요청에 따라 봉침을 시술한 것으로 파악된 점, 피해자 가족과도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판결을 내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봉침 시술을 받고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빠지거나, 심지어 사망까지 이른 사례는 종종 발생해 왔다. 2018년 경기도 부천에 있는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은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20여일 만에 숨졌다. 2019년엔 제주에서 양봉업자가 의료 면허 없이 봉침을 놓다 피해자에게 아낙필락시스 쇼크를 일으킨 바 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