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항공참사, 활주로 폐쇄’ …핵폭탄급 3중고 생존위기 몰린 광주 여행업계

입력 2025-01-14 09:52 수정 2025-01-14 09:57

‘비상계엄·항공참사·활주로 폐쇄’

광주·전남지역 여행업계가 잇따른 악재가 겹치면서 역대급 생존 위기를 겪고 있다. 계엄선포와 탄핵소추 등 정치적 혼란과 많은 인명을 앗아간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여파로 고사(枯死)될 처지다.

14일 광주시와 전남도, 관광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같은 달 29일 제주항공 참사로 장기간 무안공항이 폐쇄되면서 여행상품 예약이 대부분 취소되고 신상품 출시가 종적을 감췄다.

단체여행 상품을 주된 수입원으로 삼아온 지역 주요 여행사들은 설 연휴와 겨울방학 성수기를 앞두고 있는데도 수개월 전 계약을 마친 관광객들로부터 취소 요구가 줄줄이 이어지는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광주관광협회 등록 여행업체 110곳에서 판매한 일본과 동남아 등의 패키지 여행상품 취소 건수는 현재 1200여 건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탄핵을 받은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둘러싼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항공 여행을 꺼리는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여행업체 운영이 뿌리째 휘청거리고 있다.

전남지역도 올 1월 한 달간 670여 개 여헹사가 계약한 927건 중 96% 891건이 이미 취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여행객 기준으로는 8167명 중 7703명이다.

다른 시·도 사정도 비슷하지만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광주·전남지역이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더욱이 무안공항 폐쇄 기한이 당초 1일에서 7일과 14일로 2차례 늘어났다가 현장조사 등을 이유로 19일까지로 5일 더 연장되면서 여행업계는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

금남로에서 여행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0)씨는 “무안공항발 여행상품 취소는 어쩔 수 없지만 열흘 넘게 해외 여행상품 문의전화조차 걸려오지 않는다”며 “모처럼 무안공항이 활성화되는가 싶더니 느닷없는 연쇄 악재로 설 연휴와 겨울방학 등 성수기를 앞두고 문을 닫아야 할 상황으로 돌변했다”고 호소했다.

광주관광공사는 3월 말까지 피해 사례접수 창구를 운영하면서 구체적 상황을 파악한 뒤 지원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나 여력이 많지 않아 고심 중이다.

전남도 역시 총 20억 원을 들여 여행업체 1곳당 300만 원의 홍보 마켓팅비를 지원하기로 했으나 역부족이다. 일선 시·군과 함께 조성한 관광진흥기금 지원 규모도 120억 원에서 160억 원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피해 업체가 워낙 많아 장기적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여행업계 불황이 지역경제 전반으로 퍼질 수 있는 만큼 코로나19 때와 유사한 지역 관광업계 지원대책이 절실하다”며 ”시와 도가 중심이 되어 관광업계와 긴밀히 협력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