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 수장이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만나 한미일 협력을 재차 강조하며 양국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였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과 13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한일 외교장관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대일 외교정책 기조가 앞으로도 변함없이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고, 이와야 대신도 한일 관계를 중시한다는 일본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렵게 일궈낸 한일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며 “경제, 경제안보, 첨단과학기술, 인적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협력 사업을 발굴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올해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기도 하다. 조 장관은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을 행동으로 보여준 이와야 대신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불안정한 정국에도 한국을 찾은 이와야 장관에게 환대의 뜻을 전했다.
한국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일본 외무상이 방한한 것은 한일관계 강화에 대한 일본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외무상이 한국과 양자 회담을 목적으로 방한한 것은 2018년 4월 고노 다로 이후 약 7년 만이다. 한일 외교장관이 양자회담의 결과를 알리기 위한 공동기자회견을 한 것은 2011년 10월 당시 김성환 장관과 겐바 고이치로 외무상 간 회견 이래 14년 만이다.
양국 외교수장은 지난해 말 논란이 됐던 사도광산 추도식 문제와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조 장관은 “추도식 문제는 희생자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앞으로 역사적 의미를 기억하는 행사가 되도록 일본 측과 진지하게, 솔직하게 협의하기로 했고, 우리가 생각하는 여러 우려 사항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와야 외무상은 ‘한국에선 역사 인식과 관련해 일방적으로 우리가 양보했다는 인식이 있다’는 취지의 한국 기자 질문에 “양측이 여러 논의를 거듭해왔고 조태열 장관이 일방적으로 양보한 것은 전혀 아니다”며 “작년 7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밝힌 바와 같이 매년 추도식을 현지에서 열 예정인 것으로 이해하고 일본 정부로서는 앞으로도 한국 정부와 긴밀히 의사소통을 계속하려 한다”고 답했다.
양국 장관은 2023년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로 도약한 3국 협력 기조가 상대적으로 동맹 경시 정책이 우려되는 도널드 트럼프 2기에서도 지속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야 외무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할 때 “한미일의 전략적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미국의) 신정부에 전달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