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먹통 확률 ‘700만분의 1’이라는데… 무안 참사는 왜

입력 2025-01-13 16:41 수정 2025-01-13 16:44
연합뉴스

179명의 사망자를 낸 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을 밝힐 7C2216편 탑재 블랙박스가 최후의 순간인 마지막 4분 동안 먹통이 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항공 전문가가 700만분의 1 확률로 일어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블랙박스는 (항공기 안전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데)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강하다. 대략 3400G, 즉 중력 가속도의 3400배를 견딜 수 있고 1100도의 열에서도 1시간을 버틴다”고 말했다. 그는 “조종실에서 조종사와 관제사 간 대화, 조종사끼리의 대화, 조종사와 객실 승무원 간 대화, 기내 방송 등 항공기 안에서 발생한 소리는 다 녹음된다. 이를 주의 깊게 들으면 어떤 행위를 했는지 추측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비행 자료 기록 장치(FDR)는 좌측 엔진에서, 음성 기록 장치(CVR)는 우측 엔진에서 전원을 받는데 엔진 두 개가 모두 꺼져 두 장치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블랙박스를 찾지 못한 것도 아니고 (좌우 엔진이 동시에 고장 나) 녹음이 안 된 것은 이 분야를 30년 연구하면서 처음 듣는 케이스다. 700만분의 1 정도 수준으로 아주, 극히 드문 일이다. 전원을 9~11분간 공급할 보조 배터리 장착은 2018년 이후 의무화해 그전에 도입된 이 비행기(제주항공 7C2216편)에는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권 교수는 또 “좌우 엔진이 모두 꺼지면 APU(Auxiliary Power Unit)라고 부르는, 전원을 공급하는 보조 엔진을 작동하면 된다. 그런데 이번 사고의 경우에는 추정컨대 엔진 두 개가 모두 꺼져 유압 장치가 작동을 하지 않아 조종간이 무거워지자 기장이 부기장에게 도움을 요청해 (APU를 켤 시간도, 랜딩 기어를 수동으로 조작할 수도) 없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앞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가교통안전위원회에 제주항공 7C2216편의 블랙박스를 보내 조사한 결과 충돌 직전 4분간 FDR과 CVR이 작동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고 항공기 기장이 조류 충돌 후 메이데이(Mayday·항공기 등에서 보내는 국제 조난 긴급신호)를 외친 시점까지의 음성 기록만 남아 있다는 것이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