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콘크리트 둔덕 형태의 로컬라이저가 지목된 가운데 광주·여수·포항경주공항에도 유사한 형태의 구조물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8일 인천·김포국제공항 등 전국 13개 공항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LLZ) 등 항행안전시설의 위치, 재질 등을 전수 조사한 결과 7개 공항의 9개 시설에서 개선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국내 민간, 민·군 겸용 공항 15곳 중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무안공항에 대해서는 별도로 조사가 이뤄졌다. 나머지 1곳은 미군이 관리하는 군산공항으로 미군의 협조를 받아 따로 조사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는 13개 공항의 로컬라이저 32개와 활공각 제공 시설(GP), 거리측정 장치(DME) 51개, 전방향 표지(VOR) 17개소에 대한 현장 점검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무안공항을 비롯해 총 7개 공항에서 항공기와의 충돌 시 쉽게 부서지지 않아 피해를 키울 것으로 우려되는 로컬라이저 시설이 발견됐다.
무안공항 외에 광주공항, 여수공항, 포항경주공항에는 각 1개씩 콘크리트 둔덕 형태의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있었다. 김해공항(2개)과 사천공항(2개)에는 콘크리트 기초가 일부 땅 위로 튀어나온 구조물이, 제주공항에는 H형 철골 형태의 단단한 구조물이 있었다. 나머지 7개 공항의 26개 시설은 로컬라이저 구조물이 땅에 묻힌 형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컬라이저 위치를 보면 인천과 양양공항은 종단안전구역 내에 설치돼 있었으나 이들 공항의 9개 시설은 모두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안전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양양공항은 시설 기초 부분의 지반이 일부 내려앉으면서 높이가 관리 기준인 7.5㎝를 약 4~5㎝ 넘는 것으로 나타나 즉시 흙을 채워 넣는 등 조치하도록 했다. 활공각 제공 시설과 거리측정 장치 등 기타 시설은 모두 충돌 시 위험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는 이번 특별 점검 결과와 종합해 안전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앞서 제주항공 참사 당시 사고 여객기가 동체 착륙하면서 활주로 종단에 위치한 콘크리트 둔덕 형태의 로컬라이저 구조물에 부딪혀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콘크리트 둔덕이 아니라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구조물을 만들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둔덕 설치가 규정 위반이라는 논란도 있었다. 국토부 고시 ’공항·비행장시설 및 이착륙장 설치기준’에는 방위각 제공시설(LLZ)까지 종단 안전 구역을 연장하도록 해 문제의 둔덕은 이에 위배되는 것으로 해석이 나왔다. 다만 이에 대해 국토부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