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국가 실패해 식민지 전락” 김낙년 원장, ‘친일’ 지적에 인사말 수정

입력 2025-01-13 15:08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홈페이지 캡처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일제의 식민 지배를 미화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내용의 홈페이지 인사말을 올렸다가 야당 의원의 지적을 받고 뒤늦게 수정했다. 김 원장은 두 차례나 문구를 수정해 현재는 논란이 되는 표현은 빠진 상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김 원장은 지난해 8월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취임사와 이를 바탕으로 한 홈페이지 인사말에 일본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취지의 문구를 포함했다.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의 홈페이지 인사말 원문. “조선왕조는 개항 후 근대국가의 수립에 실패하여 식민지로 전락하였고”라고 적힌 문구가 보인다. 정을호 의원실 제공

의원실에 따르면 김 원장이 직접 작성한 취임사에는 “한국은 근대 이행의 격동기에 자주적인 근대국가의 수립에 실패하여 식민지로 전락하였고”라는 표현이 담겼다. 이후 홈페이지 인사말에는 “조선왕조는 개항 후 근대국가의 수립에 실패하여 식민지로 전락하였다”라고 적었다.

정 의원은 “해당 발언이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고, 피해국인 한국에 책임을 전가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며 수정을 요구했다.

이에 연구원은 “한국은 개항 후 일제 침탈에 의해 자주적 근대국가의 수립에 실패하여 식민지로 전락하였고”라고 수정하였다. 하지만 식민지 전락의 책임을 한국에 뒀다는 지적은 계속됐다. 정 의원은 “단어를 일부 변경하고 내용을 추가했을 뿐, 근대국가 수립 실패와 식민지 전락을 연결 짓는 서술 구조는 유지됐다”고 재차 지적했다.

정 의원실의 자문 요청에 국사편찬위원회는 “‘자주적 근대국가의 수립에 실패하여 식민지로 전락했다’는 표현은 일제 침략의 책임을 주권을 강제로 피탈 당한 피해국인 한국(대한제국)에 전가할 위험이 있다”며 “일제 식민지화는 침략에 의한 것이었음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비판적 검토 의견을 냈다.

결국 김 원장은 “한국은 일제 침탈과 더불어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으며 현재까지도 분단국가로 남아 있다”고 홈페이지 인사말을 최종 수정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을호 의원

정 의원은 “김 원장의 발언에 대해 내부 직원들조차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역사 왜곡을 묵인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역사 국책기관으로서의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를 왜곡하는 식민지배 미화 동조자인 김 원장은 사퇴로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