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산불이 확산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민주당 소속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을 겨냥해 연일 “무능하다”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측근들도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로 민주당을 공격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재난을 정치화한다”고 반박하는 등 LA 산불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민주당의 대결 정치의 ‘예고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12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서 “LA 산불이 여전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 무능한 정치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천 채의 멋진 집들이 불타고 있고 더 많은 집이 사라질 것”이라며 “죽음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것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재앙 중 하나인데 그들은 불을 끄지를 못하고 있다”며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거냐?”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엑스(X)에 “뉴섬 주지사와 캘리포니아 민주당이 약탈을 비범죄화했다”는 내용을 글을 공유하며 조롱하는 듯한 이모티콘을 남겼다. 산불 발생 이후 일부 지역에서 약탈이 벌어지자 민주당이 이를 방조했다는 비판이다.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에게 피해 상황 조사 등을 위해 현장 방문을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어 “나는 자연재해를 정치화하는 데 관심이 없다”는 글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는 앞서 트럼프를 향해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아이들은 학교를 잃었다. 그(트럼프)는 이것을 정치화하기 원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뉴섬은 자신의 엑스를 통해 머스크를 향해서도 “약탈이 비범죄화됐다는 거짓말을 약탈을 조장하는 것을 멈추라”며 “약탈은 항상 불법”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화재 발생 직후부터 ‘민주당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트럼프는 지난 8일 “이 모든 것은 그(뉴섬 주지사)의 책임이다. 무엇보다 소화전과 소방용 비행기에 공급할 물이 없다. 진정한 재앙”이라고 비난했다. LA 팰리세이즈 지역의 다수 소화전에서 물이 고갈되면서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뉴섬 주지사가 이끄는 주 정부의 대비 태세를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민주당 소속 캐런 배스 LA 시장이 화재가 발생한 지난 7일 아프리카 출장 중이었던 사실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특별 임무 특사’로 지명된 리처드 그레넬도 화재 발생 이후 “캘리포니아 민주당의 극좌 정책은 말 그대로 우리를 불태우고 있다”며 “상식적인 물 관리와 산림 정책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투표하지 마라. 나는 열 받았다. 여러분도 열 받아야 한다”고 적었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하면서도 정면충돌을 피하는 모양새다. 화재 지역 재건을 위해서는 연방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필요한데, 오는 20일 취임하는 트럼프의 협조 없이는 재건이 어렵기 때문이다. 뉴섬 주지사는 이번 산불과 관련해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다며 “캘리포니아는 소방 예산을 삭감하지 않았고, 캘리포니아에서는 약탈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글을 엑스에 공지하기도 했다. 뉴섬 주지사 등은 트럼프의 화재 현장 방문을 요청했지만, 아직 트럼프는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CNN은 “캘리포니아의 민주당원들은 산불이 확산하면서 트럼프와의 새로운 충돌을 미리 겪고 있다”며 “트럼프와 머스크의 공격은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트럼프와 진보적 도시 및 주 사이의 싸움 발판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지난 7일 팰리세이즈에서 시작된 이번 화재로 현재까지 최소 16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실종됐다. 1만여채의 주택이 소실된 가운데 이번 주 강풍과 돌풍이 추가로 예고돼 있어 소방 당국은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