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 관련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장례식장에서 대기 후 장례를 치르거나 화장장 예약을 못해 불가피하게 사일장을 치르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장례업계는 지난달 말부터 사인으로 폐렴을 진단받은 고인이 급증했다며 이 무렵 유행하기 시작한 독감을 그 배경으로 지목한다.
하루 22구 화장 능력을 갖춘 충북 청주 유일 화장시설인 목련공원은 14일까지 화장 예약이 다 찼고, 15일에도 16구의 화장 예약이 돼 있다. 목련공원 관계자는 13일 “지난달 말부터 갑자기 사흘 뒤까지 예약이 차기 시작했다”며 “같은 달 초중순까지만 해도 이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갑자기 늘어난 장례 수요에 빈소가 뒤늦게 차려지기도 하고, 화장장 예약 문제로 장례를 하루 연장하는 유가족도 적지 않다.
지난 11일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에서는 빈소 9개가 만실돼 유족들이 고인(3명)을 안치실에 모셨다가 다음 날 빈소를 차리고 문상객을 맞았다. 이 장례식장은 “화장장 예약을 못해 하루에 많게는 3팀이 사일장을 치르고, 삼일장을 치른 뒤 시신을 안치해뒀다가 다음 날 화장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며 “목련공원에 자리가 없으면 돈을 더 내서라도 인근 세종시의 은하수공원 화장장을 이용하는데, 그곳도 지금 자리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하나병원 장례식장도 지난달 30일부터 빈소 6곳이 하루도 빠짐없이 운영되고 있다. 일부 유가족은 하루를 대기한 뒤 장례 절차를 진행했다.
충북대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호흡기 질환자가 많은 시기이지만 폐렴이 사인인 고인들이 다른 해에 비해 급격히 늘어난 것 같다”며 “10년째 이 일을 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때를 제외하곤 사일장을 치르는 사례가 이렇게 많았던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마지막 주(12월 22∼28일) 전국의 인플루엔자 표본감시 의료기관 300곳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 가운데 독감 증상을 보인 의심환자 수(독감 의사환자분율)는 73.9명이었다. 유행 정점 때와 비교해보면 2016년 86.2명 이후 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