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가운데 반려견을 비롯한 동물들도 수난을 겪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지역 동물 보호시설과 구조단체들은 화재로 갈 곳을 잃고 다친 동물들을 구조하고 있다.
패서디나에 있는 동물 보호소 ‘패서디나 휴메인’에만 지난 나흘간 동물 약 400마리가 수용됐다. 이곳에 온 동물 중에는 불에 탄 잔해 위를 걷다 발바닥이 다 헐어버린 강아지 ‘카넬라’도 있다. 핏불 믹스견인 카넬라는 잿더미 속에 누워있다가 구조됐다.
담요에 감싸진 채 보호소로 온 카넬라는 재로 온통 뒤덮여 있었다. 구조 초기에는 걷는 것조차 힘겨워했지만, 다행히 주인과 재회했고 치료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털이 다 타고 발이 그을린 채 구조된 허스키종 강아지도 보호소에 머물고 있다. 페서디나 휴메인 소속 의사 마리아 피르덱은 “이 강아지가 피로에 지친 나머지 머리를 들 힘도 없었다”며 “그를 되찾아 갈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이 단체는 부상한 공작새 8마리를 구출하고 재난 지역의 소·양 등 가축의 탈수를 막기 위한 물 공급 방안도 마련했다.
버뱅크에 있는 LA 승마센터도 말과 당나귀 등 동물 약 400마리를 수용해 돌보고 있다. 이들은 소유주가 화재경보에 대피하면서 맡기고 갔거나 불길에 놀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을 경찰이 발견해 데리고 온 동물들이다.
지난 8일 새벽 대피령에 당나귀와 말 각각 2마리를 이곳에 맡겼다 찾으러 온 주민 캐리 세이다는 “너무 무서웠다. 마치 하늘에 불이 난 것 같았다”며 화재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자신의 말과 당나귀가 센터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돌봄을 그리워할 것 같다며 감사를 전했다.
지난 7일 시작된 LA 산불로 현재까지 최소 16명이 목숨을 잃었고, 15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산불로 파괴된 건물은 1만2000여채에 달한다.
당국은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불길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게티 미술관 등 주요 명소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