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그가 비판해 온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이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장려 정책을 내던지며 앞다퉈 친트럼프 행보에 나서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메타는 전날 직원에게 보낸 내부 메모에서 고용, 훈련, 공급업체 선정 등에 적용해왔던 회사의 DEI 정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메타는 “미국에서 DEI를 둘러싼 법률 및 정책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직원들을 계속 찾겠지만 다양성 기조에 맞춘 후보군 속에서 선발하는 기존의 방식은 폐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도 지난달 직원에게 보낸 메모에서 다양성 확보와 관련한 구시대적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있다면서 2024년말을 완료 목표 시점으로 거론했다.
미국 기업들은 2020년 흑인 남성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한 후 인종차별 철폐 운동이 확산하자 DEI 정책을 잇달아 도입했다. 그러나 DEI 정책이 오히려 차별적이라고 반발하던 미 보수진영은 재작년 연방대법원이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정책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이후 기업을 대상으로 DEI 철폐 압박을 가했다.
여기에 DEI 정책에 반대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맥도날드, 월마트 등이 줄줄이 DEI 정책을 폐기했다.
특히 메타의 다양성 정책 폐기는 페이스북 등 자사 SNS에서 가짜뉴스를 판별하고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제3자 팩트체크’를 폐지한 지 3일 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팩트체크 폐지 역시 ‘SNS에서 자체 콘텐츠 검열 기능을 없애야 한다’는 트럼프 당선인 측 요구에 부응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이밖에도 수년간 갈등 관계였던 트럼프 당선인의 환심을 사려는 듯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데이나 화이트 UFC CEO를 이사로 영입했고, 유명 공화당 인사인 조엘 카플란을 글로벌 정책 책임자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저커버그는 전날 공개된 유명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에 남성적인 에너지가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저는 남성적인 에너지가 좋다고 생각하고, 분명히 사회에는 그것이 충분하지만 기업 문화는 그것으로부터 정말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그것(남성적 에너지와 여성적 에너지)이 모두 좋다고 생각하지만 기업 문화가 다소 중성적인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공격성을 좀 더 높이 평가하는 문화가 좋다고 강조했다.
저커버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코로나19 관련 콘텐츠를 관리하는 방법을 논의하면서 메타 직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저주를 퍼부었다면서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에 대해서는 “낙관적”이라면서 “나는 그가 미국이 승리하기를 원할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저커버그는 오는 20일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에도 참석할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저커버그와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 우버의 다라 코스로샤히 CEO 등 빅테크 리더들이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할 계획이라도 보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