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부모를 잃은 대학생이 사고 보상금 관련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에 “우리는 나랏돈을 축내는 벌레가 아니다”며 씁쓸한 심정을 토로했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도움을 준 시민들에게는 감사 인사를 전하며 “사고가 모두 마무리될 때까지만이라도 무안공항과 여객기 참사를 잊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대학생 박근우씨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제주항공 참사로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었다”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박씨는 “엄마가 보낸, 새가 날개에 끼어 착륙을 못한다고 유언을 해야 하냐는 카톡에도 설마 했다”며 “그러던 중 날아든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하자마자 무안까지 30분 만에 달려갔다”고 적었다.
이어 “(12월) 30일엔 엄마를, 31일엔 아빠를 다시 볼 수 있었다”며 “사랑하는 엄마 아빠를 찾고 나니 그제야 주변이 보였다. 이 엄동설한에 힘들게 일해주신 소방관, 경찰관, 공무원, 자원봉사자분들 그리고 유가족협회 대표단 모두 고마운 분들뿐이었다”고 전했다. “이 모든 게 앞으로 제가 갚아야 할 빚”이라고도 덧붙였다.
박씨는 “염치 불고하고 전국의 동료 시민 여러분께 빚을 하나 더 져야만 할 것 같다”며 유가족의 아픔과 어려움을 보듬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앞으로 여러 주체 간의 책임 떠넘기기와 정치권의 숟가락 얹기와 네 탓 공방으로 이 문제는 늘어지고 또 늘어질 것이며 유가족들은 고통받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억울한 죽음이 되지 않게 끝까지 버틸 거다. 이 과정에는 동료 시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사고 보상금과 유가족에게 지급된 긴급 생계비와 관련해서 쏟아지는 비난이 큰 상처가 된다고 호소했다. 박씨는 “우리는 나랏돈을 축내는 벌레가 아니다. 설령 사고 보상금이 들어온다 한들 그게 우리 가족들 목숨값인데, 펑펑 쓰고 싶은 마음이 들까”라며 “저희는 돈 벌자고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아가 됐는데 아직 제대로 슬퍼해 본 적이 없다. 앞으로의 걱정에 깔려 죽어버릴 것 같다. 어디로 도망가 버리고 싶다. 먹고 살려면 지금 당장 돈 벌어야 할 판”이라고 속상한 마음을 내비치면서도 “그런데도 잊혀서 모든 게 유아무야 흩어지고 흐지부지돼서 내가 잃은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이 억울한 죽음이 될까, 그게 싫고 두려워서 생업을 제쳐두고 유가족들이 무안에 나와 있는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박씨는 “이 사고가 모두 마무리될 때까지만이라도 무안공항과 여객기 참사를 잊지 말아달라”며 “그래야만 저희도 이 모든 슬픔과 허탈감을 가슴 한편에 고이 묻어두고 다시 동료 시민 여러분과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다. 한 번만 같은 사회에 살아가는 동료로서 저희를 도와달라”며 참사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촉구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