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나훈아(78)가 은퇴 공연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놓고 사분오열한 정치권 상황을 비판한 것을 두고 야권 인사들이 잇달아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왼쪽이 잘한 게 없으니 비상계엄도 그냥 넘어가잔 건가. 이런 수준의 말로 공격해야 쓸 게 있는 언론의 비루함이라니”라며 나훈아와 그의 발언을 보도한 언론을 싸잡아 비판했다.
최 의원은 “티켓팅해주는 팬덤 듣기 좋은 소리하는 건 인지상정”이라면서도 “소크라테스가 위대한 건 자기 자신을 알았기 때문인데 그가 어찌 알까”라고 재차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왼팔이든 오른팔이든 다 몸에 필요한, 없으면 안 되는 존재”라며 “그런데 오른팔이 감염돼 썩어가기 시작하면? 놔두면 죽는다면? 아니, 애초에 오른팔이 아니라 암 덩어리였는데 착각했다면?”이라고 적었다.
이 최고위원은 “윤석열은 오른쪽이 아니라 그저 근본 없는 폭력 공안 사범”이라면서 “어쩌다 우리 사회가 깡패에게 공권력을 쥐어준 셈인데 그래서 국민의힘은 원죄가 있다. 윤석열을 옹호하는 국민의힘도 정상적인 보수정당이 아니지만 그를 지키겠다고 나서는 자들도 우파나 보수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나훈아 참 웃긴 양반일세”라며 비판 글을 올렸다. 그는 “한평생 그 많은 사랑 받으면서도 세상일에 눈 감고 입 닫고 살았으면 갈 때도 입 닫고 그냥 갈 것이지 무슨 오지랖인지”라며 “참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비상계엄과 내란이 무슨 일이고 왜 벌어졌는지, 누구 때문이고 대한민국을 정상적으로 되돌리기 위해 우리 국민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고서 그런 말을 하는지 진심 묻고 싶다”면서 “나훈아씨 그냥 살던 대로 사세요. 당신 좋아했던 팬들 마음 무너뜨리지 마시고”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소속인 김영록 전남지사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나훈아는 모두가 인정하는 국민가수고 나 또한 그의 찐팬이지만 요즘 탄핵 시국 관련 발언은 아무리 팬이어도 동의하기 어렵다”며 “양비론으로 물타기하고 사회 혼란을 부추길 일이 결코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앞서 나훈아는 지난 10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고별 공연에서 혼란한 정치 상황과 관련해 “이제 그만두는 마당에 아무 소리 안 할라 했는데,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리다”라고 말한 뒤 왼쪽 팔을 가리키며 “니는 잘 했나”라고 언급했다.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쓴소리로 풀이된다. 나훈아는 “우리 어머니는 형제가 어떤 이유가 있어도 싸우면 안 된다고 했다”며 “지금 하는 꼬라지들이 정말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하는 짓거리인지 묻고 싶다”고 일갈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