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케이블 훼손’ 中화물선 의심스러운 항적, “대만 해역 3개월 배회”

입력 2025-01-12 17:06
대만 해역의 해저 케이블을 절단한 중국의 화물선. 자유시보 캡처

대만 북부 지룽항 외해의 해저케이블을 훼손한 중국 화물선 순싱39호가 대만 해역을 3개월간 배회하는 등 의심스러운 항적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만은 이 선박이 대만을 겨냥한 ‘회색지대 전술’에 이용된 것으로 의심한다. 이는 정규군이 아닌 민병대나 무장한 민간 선박 등을 활용해 도발함으로써 특정 지역을 분쟁지대로 만드는 전술이다.

12일 대만 자유시보는 직접 확인한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카메룬과 탄자니아의 이중 선적을 가진 순싱39호가 지난해 10월 10일 대만 건국기념일(쌍십절)에 대만 북부 해역에 진입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순싱39호는 이후 12해리(22.2㎞) 영해에 진입해 장시간 체류하거나 대만과 본토 원저우 외해를 비정상적으로 왕복 운항했다. 지난 3일 지룽항 외해에서 해저케이블을 훼손한 다음 날인 4일 오전 9시 48분에는 AIS 작동이 멈췄다. 긴급상황이 아닌 경우 AIS를 끄는 것은 불법이다. 매체는 순싱39호가 케이블 절단 사고 이전에도 여러차례 AIS를 끄거나 교체했다면서 대만 해경의 추적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만 통신사인 중화텔레콤(CHT)은 지난 3일 북부 지룽항 외해의 해저케이블이 훼손됐다고 밝혔다. 현장에 출동한 대만 해경선은 인근 해역에서 순싱39호를 발견했다. 대만 정부는 AIS 정보와 위성사진 등을 분석해 이 선박이 고의로 닻을 늘어뜨려 대만과 미국 서해안을 잇는 해저 통신 케이블을 끊은 것으로 판단했다.

대만 해경은 순싱39호가 회색지대 전술을 펼쳤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선박의 선원 7명은 모두 중국 국적이고 선주는 홍콩인이다. 지난해 11월에도 중국 국적의 선박이 스웨덴과 리투아니아를 연결하는 발트해 해저 케이블 2곳을 절단한 것으로 알려져 조사가 진행 중이다.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기구인 대만 대륙위원회의 량원제 대변인은 “순싱39호가 부산에 도착했으며 한국 경찰 측에 증거 확보와 관련한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리중셴 대만 국립청공대 교수는 “광섬유 통신망이 모두 끊기고 위성통신만 남으면 주파수 대역이 1%밖에 남지 않는다. 사회가 혼란스럽지 않은 게 이상한 일일 것”이라며 “대만의 모든 해저케이블을 절단하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 현명한 전략”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송세영 선임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