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첫날 행정명령 100개 쏟아낸다…‘충격과 공포’ 전략

입력 2025-01-12 11:02 수정 2025-01-12 11:1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과 동시에 불법 이민자 추방과 국경 통제 등 100개 이상의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을 내릴 준비를 마쳤다고 미국 언론들이 11일 보도했다. 의회를 통하지 않고도 즉각적으로 효력을 낼 수 있는 행정명령을 통해 자신이 선거 동안 강조한 공약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계산이다. 입법과 인사청문회 등 의회 협조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도 공화당의 ‘단결’을 강조하며 표 단속에 나서고 있다.

AP통신은 “트럼프가 미국·멕시코 국경 단속부터 에너지 개발, 학교 성 정책, 백신 의무화 문제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신속하게 서명할 수 있도록 행정명령을 측근들이 준비하고 있다”며 “충격과 공포(shock & awe)를 불러일으키는 100개 이상의 행정명령”이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전임자 조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 중 상당수를 철회하고 자신의 의제를 실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최근 자신의 트루스소셜에서 바이든의 태평양 연안 석유 시추 금지 행정 명령을 맹비난하며 “취임 직후 (바이든의 행정명령을) 즉각적으로 취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의 책사로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으로 내정된 스티븐 밀러도 최근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트럼프의 최우선순위인 국경 통제와 이민 정책에 관해 설명했다. 불법 이민 통제와 관련해서는 최근 입국했거나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민자들에게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랭크포드 상원의원은 “최근에 국경을 넘은 사람, 합법적으로 체류하다가 다른 범죄를 저지른 사람, 법원에서 추방 명령을 받은 사람 등이 100만명이 훨씬 넘는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기간 취임식 당일 국회의사당에서 ‘작은 책상’을 마련해 행정명령에 신속하게 서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상 역대 대통령은 취임식 당일 내각 후보 지명서, 각서, 포고문, 행정명령 등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부터 주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다수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의회를 통과해야 하는 자신의 공약과 관련해서는 상·하원 의원들에게 ‘당근과 채찍’ 전략으로 입법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국경 통제 예산, 세금 정책 등을 포함한 ‘메가 법안’ 통과를 추진 중인데 의회, 특히 하원 의원들의 이탈표를 단속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0일 마러라고 사저에 공화당 강경파 그룹인 ‘프리덤코커스’를 초청한 데 이어 이날엔 하원 상임위원회 위원장 등을 초대해 당의 ‘단결’을 강조했다. 트럼프가 1기 재임 시절 의회와의 협력 경험 부족 탓에 의료보험 개혁 법안 등을 통과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은 만큼, 이번에는 의회를 확실히 장악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 의원 한 명이 전체 입법 패키지를 탈선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하원 공화당의 단결이 트럼프와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회전문 매체 더힐도 “트럼프와 측근들은 공화당원들이 대열에서 이탈할 경우 도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며 ‘당근과 채찍’을 암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충성파’로 채운 내각 인사들도 이번 주 릴레이로 상원 인준 인사청문회를 거치게 된다. 14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팸 본디 법무장관 후보자, 16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후보자 등 10명 안팎의 내각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은 신속하게 인준을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청문회를 앞두고 “공화당원들은 똑똑하게 강인해져야 한다”며 조속한 인준을 주문했다. 특히 14일 예정된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최대 고비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헤그세스는 성폭력 의혹과 자질 부족 논란으로 민주당에서는 ‘낙마 1순위’로 거론하고 있다.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작지 않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