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을 주렁주렁 매단 채 카메라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환자복 차림의 청년. 그가 든 화이트보드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한다'
암투병 환자에서 턱걸이 챔피언이 된 청년
2024년10월 3일, 서울 광화문에선 열린 맨몸 운동대회 결승전. 승부가 한참 이어지다드디어 이렇게 최후의 승자가 탄생합니다. 무려 52개의 턱걸이를 성공시킨, 스물넷 청년 김동호씨입니다.
근데 동호씨의 우승 소감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김동호씨
“암환자로 사실 암치료를 받는 중인데, 이렇게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동기부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암환자로 사실 암치료를 받는 중인데, 이렇게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동기부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동호씨는 암환자였거든요. 그것도 7살 때 두경부암 진단을 받은 이래로 스무 번 넘게 종양 제거 수술을 했을 만큼 오랫동안 암으로 고통받아왔습니다.
마지막 수술은 2024년 4월. 그런데도 동호씨는 수술 몇개월 후 맨손운동 대회(Lord of the bar)에 나가 풀업 부문 1위를 차지했습니다. 2년 연속 우승입니다.
김도은씨(김동호씨 어머니)
“원래 (수술이) 2월 달이었는데 의료파업 때문에 밀려서 4월에 수술을 했어요. 수술한 자리가 안 좋을 수 있어서 한 달 정도는 쉬었다가 한 달 정도만 열심히 연습해서 나간 것 같아요”
“원래 (수술이) 2월 달이었는데 의료파업 때문에 밀려서 4월에 수술을 했어요. 수술한 자리가 안 좋을 수 있어서 한 달 정도는 쉬었다가 한 달 정도만 열심히 연습해서 나간 것 같아요”
동호씨가 운동을 시작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어요. 암투병 때문에 중학교를 중퇴했던 동호씨는 고등학교만은 친구들과 같이 다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해요.
그래서 검정고시를 봤고, 단번에 통과해 동갑 친구들과 함께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술과 항암치료를 반복해야 했던 동호씨의 학교 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어요.
김도은씨(김동호씨 어머니)
“얼굴 종양이다 보니까 치아가 다 오그라들고 한쪽 얼굴 뼈가 변형이 돼 씹지를 못하는 거예요. 커피 스푼 하나도 입에 들어가지지를 못했거든요. 집에선 다 다져서 먹는데 학교에선 그렇게 안 되잖아요. 3년 동안 점심시간마다 도시락을 싸서 가지고 가서 (교실에서 혼자) 먹었어요”
“얼굴 종양이다 보니까 치아가 다 오그라들고 한쪽 얼굴 뼈가 변형이 돼 씹지를 못하는 거예요. 커피 스푼 하나도 입에 들어가지지를 못했거든요. 집에선 다 다져서 먹는데 학교에선 그렇게 안 되잖아요. 3년 동안 점심시간마다 도시락을 싸서 가지고 가서 (교실에서 혼자) 먹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동호씨는 홈트레이닝 유튜버 바벨라토르(BARBELLATOR)의 영상을 보게 됐고, 이 영상에 감명을 받고는 운동을 해보자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작은 결심이 동호씨 인생을 바꾸게 되죠.
김도은씨(김동호씨 어머니)
“처음에는 이 팔을 올리는 게 안 돼 가지고 재활도 받아보고 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죽은(신경을) 그 0.1%의 가능성을 갖고 시작했거든요”
“처음에는 이 팔을 올리는 게 안 돼 가지고 재활도 받아보고 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죽은(신경을) 그 0.1%의 가능성을 갖고 시작했거든요”
팔 하나도 제대로 들어올리지 못했던 동호씨에게 지름길 같은 건 없었어요. 그냥 무작정 연습하고 또 연습했습니다.
매 순간 한계에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팔을 올리고, 철봉에 매달리고, 몸을 끌어 올렸습니다. 암이 재발해 수술을 받고 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김동호씨
“기량을 올리고 근육을 키워도 수술을 받고 회복하면 근육 작아지고 지방 끼고 기껏 올린 기량 떨어지고 하다 보니까 운동 그만둘까 이런 생각도 몇 번 했었습니다”
“기량을 올리고 근육을 키워도 수술을 받고 회복하면 근육 작아지고 지방 끼고 기껏 올린 기량 떨어지고 하다 보니까 운동 그만둘까 이런 생각도 몇 번 했었습니다”
하지만 동호씨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끝까지 매달린 덕에, 보세요, 팔도 들어올리지 못하던 청년은, 몇년 만에 이렇게 날렵하고 에너지 넘치는, 맨몸 운동의 달인이 됐습니다.
정말 기적같은 일입니다. 이제 가족들은 절망 속에서 기적을 만들어낸 동호씨가 힘든 일을 겪고 있는 다른 청년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김도은씨(김동호씨 어머니)
“요즘에 집에만 은둔해 있는 아이들이 많더라고요. 우리 아들을 통해사 얘도 이렇게 하니까 집에만 은둔해 있지 말고 진짜 세상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다들...”
“요즘에 집에만 은둔해 있는 아이들이 많더라고요. 우리 아들을 통해사 얘도 이렇게 하니까 집에만 은둔해 있지 말고 진짜 세상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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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