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독감, 팬데믹 수준…‘3밀’ 피하라” 전문가 호소

입력 2025-01-10 18:10
독감 등 호흡기 질환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10일 오전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소아과에 호흡기 질환 환자 증감 추이가 적힌 안내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독감 환자가 엄청 많아요. (환자가 많으니까) 진료 대기도 있죠.”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한 병원 관계자는 10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내원 환자 대부분이 감기, 독감 증세를 호소한다고 전한 그는 “신생 병원인데도 (독감 때문에) 환자 수가 늘어나 진료 대기가 생길 정도”라며 “다른 병원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기 환자 수가 매우 많다고 한다”고 전했다.

최근 국내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앞으로 1~2주를 유행의 정점으로 예상한 만큼 독감 환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는 현재 가장 유행 중인 바이러스의 세부 유형을 고려할 때 소아·청소년 및 젊은층이 더 취약한 경향이 있다며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3밀 환경(밀폐·밀접·밀집)’을 피하라고 조언했다.

이날 질병청에 따르면 전국 인플루엔자 표본감시 의료기관 300곳을 조사한 결과 의사환자분율(ILI)은 1월 첫째 주 99.8명을 기록했다. ILI은 외래환자 1000명 가운데 독감 증상을 보인 의심환자 수를 나타낸 수치다. 통상 유행 속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지난해 50주차(12월 8~14일)만 해도 13.6명이었던 ILI이 51주차 31.3명, 52주차 73.9명으로 급증하더니 1월 첫째 주에 100명에 육박했다. 1월 첫째 주 기준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10명 중 1명이 독감 의심환자였던 셈이다.

연령대별 ILI는 13~18세가 1000명당 177.4명, 7~12세가 161.6명으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환자 증가세를 아동·청소년층이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젊은층 감염↑…예방접종률 낮고 면역력 떨어져”
전문가는 현재 유행 중인 바이러스의 특성상 젊은층의 감염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현재 인플루엔자 세부 유형 중 A(H1N1), A(H3N2)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A(H1N1)가 더 우세한 상황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A(H1N1) 바이러스는 2009년에 유행한 신종플루의 후손 격”이라며 “소아·청소년 및 젊은층이 더 많이 걸리고 아주 드물게 뇌염, 심근염, 근육염 등의 합병증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9년 신종플루 때도 ILI이 100명을 넘지 않았다”며 “(지금은) 팬데믹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번 독감이 크게 유행한 이유 중 하나로 “국민들의 자연감염에 의한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유행하는 동안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으로 독감이 크게 유행하지 않으면서 자연감염이나 예방접종을 통해 독감에 대한 면역이 생성된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면역이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유행은 가볍게 끝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지난 2년여간 (독감이) 유행하지 않으며 상당수가 자연감염에 의한 면역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6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한 어린이 전문병원이 진료를 보려는 환자와 보호자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젊은층 예방접종률이 높지 않은 것도 원인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심지어 소아들의 접종률도 예년과 같지 않다”며 “코로나19 기간 인플루엔자가 유행하지 않으니까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간과했거나,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사례로 인한 백신접종 기피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또 “팬데믹 때 정착됐던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아프면 쉬자’는 문화가 많이 느슨해진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독감 예방 방법으로는 고위험군의 경우 지금이라도 백신접종을 서두르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백신접종 2주 후 예방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이미 유행하는 상황에서) 아쉬운 감은 있다”면서도 “우선은 백신을 맞는 게 기본”이라고 했다. 이어 “밀폐, 밀접, 밀집된 공간인 이른바 ‘3밀 환경’을 피하고 마스크를 끼는 등의 방법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박주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