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시로 사라졌지만, 이를 이끌던 리선권의 정치적 위상은 여전한 것으로 10일 나타났다. 북한이 리선권을 중심으로 한 대남 조직을 어떤 방식으로 재편해 운영하고 있는지 관심이 쏠린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전날 재일조선학생소년예술단을 위한 연회에서 리선권이 연설을 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북한 매체들이 리선권을 ‘조선로동당(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이라고 호명한 점이다.
앞서 북한은 김 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 이후 ‘통일’ 명칭을 삭제하고 대남 기구를 정리하는 등 한국과의 단절 조치를 감행했다. 정부는 통전부 역시 이런 맥락에서 ‘노동당 중앙위 10국’으로 바뀐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존 통전부는 한국의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등의 기능을 모두 갖춘 전문부서였다. 이 조직이 전문부서보다 하위 조직인 ‘국’으로 축소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리선권도 ‘부장’에서 ‘국장’으로 위상이 떨어졌을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왔었다.
하지만 리선권이 여전히 부장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대남기구 조직 체계에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선 통전부가 이름만 바뀐 채 여전히 당 전문부서 중 하나로 기능하고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리선권이 이외의 노동당 전문부서 중 한 곳의 부장으로 있을 수도 있다.
또 리선권의 연설을 들은 재일조선학생소년예술단이 재일 친북 단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계열인 조선학교 학생들이었다는 점에서 기존 통전부의 해외동포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당 전문부서가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기존 통전부는 크게 대남 업무와 해외동포 관리 업무를 맡았는데 이를 각각의 조직으로 나눴을 수 있다는 의미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당 10국은 기존의 당 중앙위 전문부서의 부장급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당 부장급 직위에 대해 구체적인 직명을 언급하기보다는 대외 매체를 통해서는 부장으로만 호칭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