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양당 간 지지도가 2배 가까이 벌어졌는데, 양당 구도가 계엄사태 이전으로 되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갤럽이 10일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36%, 국민의힘은 34%를 기록했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無黨)층은 19%로 조사됐다. 직전 조사인 3주 전(12월 3주차)과 비교해보면 국민의힘은 10%P 올랐고, 민주당은 12%P 떨어졌다. 당시 민주당은 48%, 국민의힘은 24%를 기록하며 2배 가까이 격차를 벌렸다.
한국갤럽은 정권 교체 위기감이 고조됨에 따라 여당 지지층이 결집한 것으로 해석했다. 한국갤럽은 “그동안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가결, 국회의 탄핵소추안 내용 변경 관련 공방, 수사권 혼선과 체포영장 집행 불발 등 난항 속에 진영 간 대립이 한층 첨예해졌다”고 평가했다.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에서도 일부 이탈이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기관 관계자는 “윤 대통령 탄핵 이후 민주당이 보여준 여러 모습이 중도층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다”며 “3주 사이에 10%P 이상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계엄에서 위기감을 느낀 중도층이 민주당을 일시적으로 지지했지만, 이후 ‘당위성’을 강조하며 밀어붙이는 투박한 야당의 모습에 실망을 느끼며 다시 계엄 이전 국면으로 돌아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4%, 반대한다는 응답은 32%로 조사됐다. 탄핵소추안 가결 직전과 비교하면 11%P가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섰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지난달 14일) 직전인 지난달 10~12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찬성은 75%, 반대는 21%였다. 한국갤럽은 “주관적 정치 성향별 탄핵 찬성 기준으로 보면 진보층은 한 달 전과 다름없으나 중도층과 보수층 일부가 생각을 달리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여론조사 추이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부정선거 음모론 등 가짜뉴스로 인해 결집이 이뤄지는 걸로 이해하고 있다”며 “그렇게 유지되고 있는 결집은 그냥 무너질 거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자성론도 제기된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다수당인 민주당이 현 국면을 해결하고 국정 안정과 경제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이는 데 부족함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진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탄핵 문제 등에서 절제와 전략적 인내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차기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2%를 기록하며 다른 주자들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6%), 홍준표 대구시장(5%)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6.3%였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및 한국갤럽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