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고려아연 집중투표제 안건 두고 엇갈린 의견

입력 2025-01-10 11:17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가 입주한 오피스빌딩. 연합뉴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는 9일(현지시간) 국내외 기관투자자에 오는 23일 열리는 고려아연 임시 주총에 대한 의안 분석 보고서를 발송하고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집중투표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MBK·영풍 연합에 맞서기 위해 꺼낸 카드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최대 쟁점 안건이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주식 1주당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10명의 이사를 선임한다고 하면 주식 1주당 10개의 의결권이 부여된다. 의결권을 특정 이사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구조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MBK·영풍 연합이 과반에 가까운 지분을 쥐고도 이사회를 장악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

ISS는 집중투표제 도입에 대해 “일반적으로 소수 주주에게 유리한 것으로 간주되지만 반대하는 주주가 원하는 변경 사항의 영향을 희석시키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이 지지하는 후보를 선임시킬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영풍·MBK가 추진하는 이사회 개편이 약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MBK·영풍 연합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ISS는 이사 수를 총 16명으로 추천하고 MBK·영풍 측 후보 4명에게만 찬성 의견을 냈다. ISS의 찬성 권고를 받은 후보는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인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사외이사 후보인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손호상 포스코 석좌교수, 정창화 전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원장 등이다. 그 외 나머지 영풍·MBK 측 후보들과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7명 전원에 ISS는 반대 의견을 냈다.

다만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고려아연 측 안건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을 냈다. ISS는 “이 안건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이사회 규모가 과도하게 확대돼 의사결정이 마비되고 기능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ESG평가원은 고려아연 측의 집중투표제 도입을 비롯한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권고하고 있다. 한국ESG평가원은 지난 7일 임시주총 의안 분석 자료를 통해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안건에 찬성을 권고하며 “미래 성장 전략이 뚜렷하고,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이 담겼다”며 “고려아연의 장기 지속 성장과 주주 권익 측면에서 현 경영진 측이 더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가 고려아연의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ISS의 권고대로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이 부결되면 MBK·영풍 측은 지분율 우위를 이어갈 수 있다. 반대로 주주들이 고려아연 측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면 MBK·영풍 측의 경영 주도권 확보 시기가 미뤄지고 분쟁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