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원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어리석은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10일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단기간에 민주화를 이룬 데 자부심이 있는 한국인이 계엄령이라는 어리석은 판단으로 큰 상처를 받았다”며 “대외적으로 쌓아온 한국의 신인도도 급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하지만 설사 그게 목적이더라도 수단과 절차가 그 틀을 넘어서는 안 된다”며 “윤 대통령은 모순되게도 계엄령으로 스스로 자유민주주의를 크게 후퇴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행태에 지나친 점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참고 견뎌 유권자에게 판단을 받아야 한다. 화가 난다고 계엄령을 선포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장은 “윤 대통령의 약점으로 술, 급한 성질, 말 등 세 가지가 지나치다는 점을 모두 충고해왔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술을 많이 마시고 주위에 화를 내며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해버리고 만다”고 지적했다.
과거 김 전 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반대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스스로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이번에는 중대한 사건인 만큼 헌법재판소가 철저하게 위헌·불법 여부를 심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 정치 양극화의 배경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지목하고 내각제 전환을 주장했다. 그는 “이런 정치적 대혼란을 초래했으니 오히려 개혁의 호기로 보고 이번 기회에 한 번에 크게 변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