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절체절명 위기, 대혁신 계기로”

입력 2025-01-09 19:10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상반기 롯데 VCM(옛 사장단 회의)에 앞서 계열사의 인공지능(AI) 우수 혁신 사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신동빈 롯데 회장이 9일 그룹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했다.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며 어수선했던 롯데는 올해도 국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사업 발굴에 나설 방침이다.

신 회장은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2025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에서 “지난해는 그룹 역사상 가장 힘들었던 한 해였다”며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외부환경이 아닌 우리 핵심사업의 경쟁력 저하”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쇄신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VCM은 어느 때보다 엄중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을 감안한 듯 올해 상반기 VCM은 지난해보다 열흘가량 앞당겨 열렸다. VCM에는 롯데지주 대표, 사업군 총괄대표와 계열사 대표 등 최고경영자(CEO) 80여명이 참석했다. 롯데그룹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VCM을 연다.

지난해 8월 지주와 일부 계열사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롯데는 11월 들어 지라시에서 시작된 유동성 위기설로 계열사 주가가 일시 급락하는 등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위기설을 촉발한 롯데케미칼의 2조원대 회사채 조기상환 리스크를 해소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롯데렌탈 지분 매각과 롯데헬스케어 사업 청산 등 중장기 전략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을 정리하고 주력 사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바이오·AI 등 신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신 회장은 “빠른 시간 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유형자산 매각, 자산 재평가 등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CEO들에게 과거 그룹 성장을 이끈 사업일지라도 새로운 시각에서 재정비하라고 촉구했다. 경영 방침으로는 도전적인 목표 수립, 사업구조 혁신, 글로벌 전략 수립 등을 제시했다. 신 회장은 “국내 경제, 인구 전망을 고려했을 때 향후 그룹의 성장을 위해 해외시장 개척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다. 위기를 대혁신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임원인사를 통해 부사장으로 승진한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은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 방문한 후 VCM 참석을 위해 귀국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