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단이 어떤 짓 했는지 알고 쓰나”… 과거 재조명

입력 2025-01-09 18:21
1980~90년대 활동한 백골단. KBS, 유튜브 채널 'Media VOP'

하얀 헬멧을 쓰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고 관저를 사수하겠다고 나선 청년들이 ‘백골단’을 조직한 것을 두고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백골단은 1980~90년대 시민 시위대를 폭력으로 진압해 악명이 높았던 단체인 만큼 이름 자체로도 거부감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체포 저지 집회를 열었던 반공청년단은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식 출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예하 부대에 ‘백골단’이 있다고 소개하며 대통령 관저 주변에서 감시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반공청년단이 하얀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 KNN 보도 캡처

온라인상에선 즉각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80, 90년대 백골단이 어떤 짓을 했는지 알고 ‘백골단’이란 표현을 쓰고 있는 건가” “지금이 몇 년인지 헷갈릴 정도다. 21세기에 백골단이 웬 말이냐” “범죄단체 조직 아닌가” 등의 질타가 쏟아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백골단은 집회, 시위, 파업 등에 경찰이 무제한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처벌도 제대로 받지 않던 시절의 산물이다. 이들이 상해를 입히고, 죽인 사람도 많다”며 “민주화 역사에서 가장 악명 높은 이름 중의 하나가 백골단”이라고 지적하는 글이 게재됐다.

백골단은 과거 학생 시위대와 군중을 진압·체포하기 위해 구성된 사복경찰관이었다. 독재정권의 ‘수비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골단은 대부분 무술 유단자와 특전사 출신이었으며 시위자들을 진압할 때 흰색 헬멧을 착용했다.

시위 현장에 난입한 백골단이 하얀 헬멧을 쓰고 있다. KBS, 유튜브 채널 'Media VOP'

이들은 작은 방패와 단봉을 들고 시위대 속으로 뛰어 들어가 대오를 흩트려 놓았다. 89년에는 부산교육대에 난입해 학생을 구타했고, 중태에 빠지게 했으며 91년에는 명지대 학생이 백골단의 집단구타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만 반공청년단은 과거처럼 폭력성을 띤 백골단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정현 반공청년단 대표는 “(백골단 명칭에 대해서) 폭력성을 띤 과거 부대 이름이라 자칫하면 시위가 불법성을 띠거나 폭력성 띤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부정적 입장도 이해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름을 쓰게 된 이유는 대한민국은 법치가 무너지고 헌법 가치를 근거로 민주주의 절차를 따라 운영되는 게 아니라 입법 폭거, 힘의 논리,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약육강식의 세계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지키려면 힘 있는 조직, 그것이 폭력적이어서는 안 되지만 지금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시민 조직이나 정치 세력은 반드시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야만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며 “그것이 폭력적이란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야만 지금 위기상황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강한 이미지 갖고 있는 백골단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