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정치색 표출이 능사인가

입력 2025-01-09 15:34 수정 2025-01-10 15:45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계엄 탄핵 정국으로 인해 온 나라가 혼란에 휩싸여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불안을 감추지 못하며 언제쯤 이 혼란이 종료될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교계도 최근의 정국과 맞물려 돌아가는 양상입니다. 관련해서 다양한 목소리와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평소 성혁명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온 단체 및 교인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집니다.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의사표현을 강하게 하고 있습니다. 한남동, 광화문 집회 등에 나가 탄핵 반대를 외치거나 기도회를 마련해 야당의 입법활동을 규탄합니다.

온라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탄핵의 부당성과 야당 입법활동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중의 공감과 지지를 끌어내려고 노력합니다. 기자는 엄연히 교인이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알고보니 성혁명에 대한 위기의식과 연관돼 있었습니다.

현재의 집권세력이 축출되고 야당이 집권하면, 그동안 자신들이 반대해온 포괄적 차별금지법 및 동성혼 등이 합법화 과정을 거칠 수 있다는 염려가 작용한 것입니다. 사회 전방위적으로 성혁명의 물결이 밀려들고 일부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차금법 입법 시도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염려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다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교계 단체들이 사회 혼란을 중재하거나 성혁명이라는 본질에 집중하지 않고, 편향된 정치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사회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대표적입니다. 일각에서는 교계 단체가 주술 무당과의 연관성을 의심받는 대통령을 옹호하는 게 심각한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러한 양태들이 교계 전체의 이미지와 신뢰를 깎아먹는 결정적 원인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아울러 반 성혁명 운동의 분열을 걱정하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내부에서 과한 정치색 표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등을 돌림으로써, 그동안 지켜져 온 단일대오가 흐트러질 가능성을 염려하는 것입니다.

나라가 혼란스러운 때일수록 우리 모두는 그 혼란을 가라앉히고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나름대로 올바른 명분이 있다한들, 그에 따른 행위가 대립과 반목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면 재고를 해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들도 아니고 교인들이라면 더욱 그래야 합니다. 성서에 나오는 대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형통에 이르는 방법은 분명 있을 것입니다. 국가 위기상황인 지금이야말로 모든 교인들이 지혜를 모아 형통에 이르는 방법을 모색해나가야 할 때입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