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뉴욕 지하철에서 한 남성이 선로로 밀쳐진 뒤 유사 범죄 피해 예방을 위해 승강장 벽에 등을 밀착한 시민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의 한 누리꾼은 엑스(X·옛 트위터)에 뉴욕 지하철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을 찍어 올렸다. 사진 속 시민들은 모두 줄을 서는 대신 선로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벽에 등을 기대고 있다.
사진을 올린 누리꾼은 “최근 지하철 밀치기 사건 이후 모든 사람들이 지하철 승강장에서 어떻게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이것이 바로 신뢰가 낮은 사회의 단상”이라고 적었다. 해당 사진은 현재까지 235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현지 누리꾼들은 “슬프지만 나도 언제나 지하철 승강장에서 저렇게 서 있다” “잔인하다. 10여년 전에는 매일같이 (사진 속) 노란 선 가까이 서 있었는데” “어쩔 수 없다. 죽는 것보다 낫지 않나” 등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지하철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한 것을 언급하며 뉴욕 지하철의 운영 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영국과 프랑스까지 일부지만 지하철 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데, 왜 미국은 그렇게 하지 못하나”라고 지적했다. 다른 이도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예시 사진과 함께 “뉴욕 시는 영원히 이 사진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씁쓸함을 나타냈다.
최근 뉴욕 지하철에서는 강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해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달 31일 카멜 호킨스(23)라는 20대 남성은 뉴욕 지하철 첼시 18번가 역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다른 남성을 갑자기 선로로 밀쳤다.
범행 당시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보면 피해자는 선로 바로 앞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열차를 기다렸고, 호킨스는 피해자의 뒤를 맴돌다 열차가 승강장으로 들어온 순간 그를 힘껏 밀었다.
피해자는 두개골이 골절되는 등 심각한 부상을 입었지만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져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맨해튼 검찰은 지난 1일 호킨스를 4건의 2급 살인 미수 및 폭행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지난달 22일에는 코니 아일랜드-스틸웰가역에 정차 중이던 열차에서 한 남성이 여성 승객에게 불을 붙여 살해하는 일도 발생했다. 과테말라 출신 이민자 세바스티안 사페타-칼릴(33)은 이날 오전 7시30분쯤 차량 안에서 졸던 여성 승객에게 다가가 라이터로 옷에 불을 붙였다.
용의자는 승객의 몸에 불을 붙인 뒤 열차에서 나와 피해자 불길에 휩싸인 장면을 지켜본 것으로 전해진다. 역을 순찰하던 지하철 직원과 경찰관이 연기를 발견하고 소화기를 사용해 불을 껐지만 여성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같은 날 퀸스의 61가-우드사이드역 부근을 지나던 열차에서는 잠을 자던 남성이 자신의 가방을 빼앗으려던 두 명의 강도를 칼로 찔러 그중 한 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