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반대해 래커 시위, 수업 거부 등을 이어온 동덕여대 학생들이 F학점을 받은 인증 사진을 잇달아 공개했다. 이들은 전액 장학금을 포기하거나 졸업까지 미뤄가며 수업 거부로 학교 측에 저항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까지 인스타그램의 한 계정에는 동덕여대 학생들이 학교 측에 반발해 수업 거부에 동참하면서 결국 다수의 과목에서 F학점을 받았다는 사진이 줄지어 올라왔다. 이 계정 소개란에는 ‘동덕여자대학교 공학전환 반대 수업 거부 기록’이라고 적혀 있었다. 관련 게시물은 60여개였다.
학생들은 자신의 학과, 학점, 수업 거부 동참 이유 등을 밝혔다. 한 경제학과 학생은 전공과목 6개에서 F학점을 받은 성적을 공개했다. 그는 “전액 장학금을 포기했다”고 적었다.
8개 과목에서 F학점을 받은 컴퓨터학과 학생은 “다른 학우들의 투쟁에 편승하고 싶지 않았다. 복수 전공 때문에 이번에 7개 전공을 들었고, 장학금을 꼭 받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수업거부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정보통계학과 학생은 “후배들에게 문제를 떠넘기고 혼자 졸업하기가 부끄럽다. 마지막 학기였는데 졸업을 포기했다”고 언급했다.
5개 과목에서 F학점을 받은 국사학과 학생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국가장학금 의존도가 큰 재학생이다. 최소 한 학기 등록금은 아무 지원 없이 스스로 마련해야 하게 됐다”면서 “어쩌면 대출을 받아야 할 만큼 매우 무모한 선택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 이렇게 찾아온 기회를 붙잡지 않으면 앞으로 대학에 입학하게 될 수많은 여학생들이 여대의 가치를 상실하게 될 것을 알기에 동참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국가장학금 포기를 감안했다” “대한민국의 근간인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대학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겠나” “학교 측의 불합리한 상황에 맞서기 위해 한 명이라도 더 연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추가학기를 감안하고 수업 거부를 했으며 추가학기를 들을 예정이다” “미래의 나에게 부끄러워지고 싶지 않았다” 등의 글이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동덕여대 학생들은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극렬히 반대해왔다. 결국 동덕여대는 총학생회장 등 학생대표단과의 면담 끝에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잠정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시위에 따른 피해와 그 책임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시위 과정에서 학생들이 래커칠 등으로 기물이 파손됐으나 피해의 책임을 누가 지느냐를 두고 총학생회와 학교 측이 맞섰다. 학교 측은 피해 규모를 24억4000만~54억4000만원으로 추산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