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하리’의 솔라 “옥주현 언니처럼 믿고 보는 뮤지컬 배우 되고 싶어요”

입력 2025-01-10 04:00
뮤지컬 ‘마타하리’에 출연 중인 솔라. EMK뮤지컬컴퍼니

“‘마타하리’로 뮤지컬에 데뷔한 만큼 제겐 의미가 깊은 작품입니다. 2022년에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덕분에 제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룹 마마무의 솔라(본명 김용선·33)가 2년 만에 마타하리로 돌아왔다. 솔라는 지난해 12월 개막한 뮤지컬 ‘마타하리’(~3월 2일 LG아트센터 서울)의 타이틀롤에 옥주현과 함께 더블캐스팅돼 출연 중이다. 그는 최근 서울 강남구 도곡동 EMK뮤지컬컴퍼니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가수로 무대에 설 때는 솔라, 즉 나 자신으로 살았다. ‘마타하리’에 출연하면서 내가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산다는 것에 짜릿함을 느끼고 있다”면서 “‘마타하리’ 이후 연기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예전에 연기력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연기도) 배우니까 확실히 좋아진다”고 밝혔다.

2016년 초연된 뮤지컬 ‘마타하리’는 제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당한 무희 마타하리(본명 마가레타 거트루이다 젤러)의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뮤지컬 ‘모차르트!’ ‘엘리자벳’ ‘레베카’ 등 유럽 뮤지컬을 주로 도입해온 EMK뮤지컬컴퍼니의 첫 번째 창작 뮤지컬이다. EMK뮤지컬컴퍼니는 미국 극작가 아이반 멘첼,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작사가 잭 머피와 손잡고 3년간 개발했다. 배우 옥주현은 초연부터 이번 4연까지 모두 출연했고, 솔라는 3연부터 출연했다.

뮤지컬 ‘마타하리’에 출연 중인 솔라. EMK뮤지컬컴퍼니

“마타하리는 관능적이고 섹시한 무용수지만 무대 밖에서는 순수하고 아이 같은 면이 있는 여자예요. 사실 저를 비롯해 가수들도 그런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마타하리에 금방 몰입할 수 있었어요. 마타하리의 무대는 당시 정말 센세이션했다고 해요. 최초의 시도였던 셈인데요. 저 역시 트렌드에 따라가기보다 이상하고 엉뚱해도 도전하길 좋아한다는 점에서 (마타하리와) 닮은 것 같아요.”

2014년 마마무 데뷔 이후 가수로 활동하던 솔라가 2022년 뮤지컬에 도전하게 된 것은 김문정 뮤지컬 음악감독의 강력한 권유 때문이다. KBS2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함께 출연했던 김 감독은 솔라가 마타하리 역에 어울릴 것이라고 봤다.

“김문정 감독님을 만나기 전까지 뮤지컬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어요. 출연 제안을 받은 이후에도 제가 뮤지컬을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죠. 하지만 마타하리라는 인물에 대해 책을 읽는 등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흥미가 생겼습니다. 또 뮤지컬이란 장르가 콘서트와 다른 재미가 있다는 걸 알게 돼 결국 욕심을 냈죠.”

그룹 마마무의 솔라는 지난 2022년 뮤지컬 ‘마타하리’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다. RBW

하지만 지난 2022년 솔라가 ‘마타하리’에 처음 출연했을 때 관객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특히 초반엔 연기가 어색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2023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거쳐 다시 돌아온 ‘마타하리’에서 솔라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줬다.

“2022년 데뷔 당시엔 공연을 해낸다는 것에 급급했어요. 뮤지컬은 콘서트와 달리 약속한 대로 하지 않으면 민폐잖아요. 제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관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분이 적지 않았던 거죠. 다만 저는 멘탈이 강해서 상처받기보다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겪어서인지 이번에는 칭찬도 좀 해주시는 것 같아요.”

‘마타하리’에 대해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옥주현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든 뮤지컬이라고 할 만큼 마타하리는 옥주현을 대표하는 역할로 꼽힌다. 옥주현과 더블캐스팅된 것이 부담스러웠을 법하지만 솔라는 오히려 많이 배우는 기회였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뮤지컬 ‘마타하리’에 출연 중인 솔라. EMK뮤지컬컴퍼니

“주현 언니는 뮤지컬계에서 여왕 같은 존재인데, 제가 경쟁이라는 말을 하는 게 우스운 거 같아요. 오히려 언니가 베푸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저한테도 발성, 연기톤, 의상 등 많은 도움을 줬어요. 같이 공연하면서 언니의 실력과 함께 성실함이 오랫동안 뮤지컬계에서 사랑받는 이유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뮤지컬을 계기로 연기에 도전한 솔라는 지난해 공포 영화 ‘고리: 어 호러 테일’ 촬영도 마쳤다. 앞으로 가수 외에 뮤지컬 배우로서 1년에 1편 정도는 꾸준히 출연하는 게 목표다. 솔라는 “아직 뮤지컬 배우로서 완벽하지 않지만 계속 좋아지고 있다. 언젠가 주현 언니처럼 뮤지컬계에서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면서 “특히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 ‘시카고’의 록시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