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살아난 목사들’ 제주 라파의 집에 생명의 은혜 전해

입력 2025-01-09 11:51
최기완 로아교회 담임목사(오른쪽)가 김동엽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상임이사에게 지난달 24일 제주 서귀포시 라파의집에서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목사) 제주 서귀포시 만성신부전 환자들의 쉼터인 ‘라파의 집’에 따뜻한 후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후원은 신장이식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은 두 목사가 동참해 그 의미를 더했다.

만성신부전으로 투병하던 최기완 로아교회 목사는 2004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의 신장이식 결연사업을 통해 서울아산병원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당시 목회자의 헌신으로 새 생명을 얻은 그는 감명 깊은 경험을 계기로 목회의 길을 결심했다. 이후 지난해 제주 서귀포시에서 로아교회를 개척했다.

교회 성도는 현재 아내와 본인 단 둘뿐이지만, 최 목사는 분기마다 공익 단체에 후원금을 전달하며 받은 사랑을 나누고 있다. 그는 첫 이식 후 거부반응으로 신장 기능을 잃었지만, 2년 전 아내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아 두 번째 생명을 얻었다.

최 목사는 지난달 24일 라파의 집의 어려움을 접하고 교회 명의로 100만 원을 후원했다. 그는 “생명나눔이 얼마나 소중한지 몸소 경험했기에, 비록 작은 교회지만 큰 뜻을 품고 후원금을 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늘소망교회 안윤칠 목사와 손영숙 사모.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신장병으로 고통받던 하늘소망교회 안윤칠 목사는 2001년 아내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아 새 삶을 얻었다. 그러나 2017년 이식받은 신장의 기능이 다시 악화돼 현재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이틀에 한 번씩 투석 치료를 받는 힘겨운 투병 생활 속에서도 나눔을 멈추지 않았다.

안 목사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나눔의 힘은 커진다”는 신념으로 2020년부터 매달 장기부전 환자를 위한 정기후원을 이어가며 지난해까지 총 240만 원을 기부했다. 그는 “더 많은 환자가 생명의 기적을 마주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탤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2007년 설립된 라파의 집은 혈액투석 치료를 받는 만성신부전 환자들에게 숙식과 치료, 치유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국내 유일의 공간이다. 지금까지 약 1만 명의 환자가 이곳을 거쳐 희망을 얻었다.

김동엽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상임이사는 “신장이식을 통해 생명나눔의 가치를 직접 경험한 두 목사님의 따뜻한 마음이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환자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