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종 출신 발레스타들, 스승 퇴임 기념하러 모였다

입력 2025-01-09 04:00
‘글로벌 발레스타 초청 갈라공연’의 예술감독 김선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연합뉴스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 박세은,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최영규 등 세계 정상급 발레단에서 활약하는 한국 출신 무용수들이 운집했다. 오는 11~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글로벌 발레스타 초청 갈라공연’ 출연을 위해서다. 이번 공연은 오는 2월 은퇴하는 김선희(65)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정년 퇴임에 맞춰 기획됐다. 출연진은 국내외 프로 발레단에서 활동하는 현역(입단 예정 포함) 무용수 21명과 한예종 무용원 재학생들로 이뤄진 K-arts 발레단 41명은 모두 김 교수의 제자들이다.

8일 서울시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교수는 “청국장 같은 한국인이 버터 냄새나는 발레를 잘 배워서 세계 발레의 중심에 섰다. 현재 세계 주요 발레단에서 한국 무용수들이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클래식 발레가 얼마나 글로벌하게 성장했는지 이번에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글로벌 발레스타 초청 갈라공연’ 기자간담회가 8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기자간담회에는 박세은(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 최영규(네덜란드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채지영(미국 보스턴발레단 수석무용수), 홍향기(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박예은(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한성우(미국 ABT 솔리스트)가 제자들의 대표로 나섰다.

박세은은 “프랑스 발레계에도 좋은 무용수를 많이 배출한 한예종이 많이 알려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중심에 있는 김선희 교수님 이름도 자주 거론됐다”면서 “김선희 교수님은 저희가 세계로 나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셨다. 고마우신 선생님의 부름에 바로 달려왔다”고 밝혔다. 최영규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후배와 재학생이 대거 무대에 함께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공연을 보여드리게 돼 정말 뜻깊다”고 피력했다.

‘글로벌 발레스타 초청 갈라공연’에 참여하는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 박세은. 연합뉴스

무용수들은 학창 시절 김 교수의 훈련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한성우는 “교수님은 학생들의 모든 동작과 라인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신다. 이런 트레이닝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영규도 “팔 각도가 조금만 틀어져도 고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발레단 입단 이후 이런 훈련이 큰 도움이 된 것을 실감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미코 니시넨(미국 보스턴발레단 예술감독), 유리 파테예프(마린스키발레단 전 예술감독), 테드 브랜드슨(네덜란드국립발레단 예술감독), 사샤 라데츠기(미국 ABT스튜디오 컴퍼니 예술감독)도 참석했다.

파테예프 전 감독은 “마린스키발레단의 스타 무용수 김기민을 비롯해 많은 한국 무용수들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데다 어릴 때부터 강하게 훈련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발레를 치켜세웠다. 또 니시넨 감독은 “한국 무용수들의 역량이 뛰어나다. 미국에서 만난 한국 무용수들은 다양한 움직임을 빨리 습득하고 소화한다”고 칭찬했다.

‘글로벌 발레스타 초청 갈라공연’에 온 유리 파테예프 전 마린스키 발레단 예술감독. 연합뉴스

김 교수는 이번에 세계 발레계의 주요 인사인 이들과 함께 ‘서울발레포럼’(가칭) 출범을 위한 논의도 진행한다. 내년 정식 출범을 목표로 하는 서울발레포럼은 국제교류, 학술대회 등을 통해 한국이 발레의 국제적 허브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포부다. 김 교수는 “서울발레포럼을 통해 한국 발레가 세계 발레계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교류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라데츠키 감독은 “과거에 파리, 뉴욕,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창의적 도시로서 전성기를 거쳤듯 지금 서울이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발레의 미래를 논하기에도 서울은 완벽한 장소”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갈라 공연은 한국의 전통음악 ‘수제천’을 현대발레로 재해석한 조주현 안무가의 작품으로 막을 연다. 이어서 현대발레의 거장 윌리엄 포사이드의 ‘Blake Works III’ 중 ‘Buzzard & Kestrel’과 20세기 발레의 혁신가 조지 발란신의 ‘주얼스’ 중 다이아몬드 파드되가 무대에 올려진다. 클래식 발레의 정수를 보여주는 ‘백조의 호수’ ‘지젤’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대표 장면들도 준비되어 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