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생일을 맞았지만 북한 매체들은 올해도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선대인 김일성·김정일의 생일을 국가기념일로 챙기는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집권 동안 이렇다 할 업적이 없었으며 북한 경제 상황도 어려워서 생일을 기념하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8일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생일과 관련한 보도를 싣지 않았다. 대신 1면에 김 위원장의 재령군 지방공업공장 준공식 참석 소식, 2면에 통룬 시술릿 라오스 주석이 보낸 답전 등의 내용만 담겼다.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도 김 위원장 생일 관련 소식은 없었다.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생일을 언급한 건 2014년 데니스 로드먼 전 미국프로농구 선수의 방북 당시 조선중앙통신의 “원수님의 탄생일을 맞으며 북한에 왔다”는 보도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후 생일을 따로 기념하지 않고 있다. 이는 할아버지 김일성의 생일을 태양절(4월 15일), 아버지 김정일의 생일을 광명성절(2월 16일)로 기념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최근 김 위원장이 독자 우상화 조처를 강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의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단독 초상휘장을 보급·패용하고, 선대와 김 위원장의 초상화를 나란히 배치하는 등 ‘김정은 우상화’에 힘써왔다. 지난해 김 위원장 생일 때는 보통 선대의 생일 또는 새해 첫날 진행했던 주민들의 ‘충성 선서’ 행사를 이례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생일을 공식화하지 않는 이유는 김일성·김정일만큼의 업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김정은도 생일을 기념하고 싶지만, 북한 내에서는 ‘명분도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경제적인 어려움밖에 없고 내세울 게 없을뿐더러 매년 주민들한테 생일이면 특별 공급도 해야 하는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규모 홍수 피해 등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생일을 기념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경제 상황이 쉽지 않고 대내외 불확실성도 지속하고 있어서 생일을 기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걸 김정은 본인도 알 것”이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은 자기 판단에 따라 생일을 기념하는 게 불필요하고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상국가 이미지 구축을 위한 행보, 생모인 고용희의 관심을 차단하려는 의도 등의 분석도 나온다. 고용희는 북한에서 차별당하는 북송 재일교포 출신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김 위원장의 생모라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생일을 공식적으로 기념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본인 생일을 기념하지 않을 뿐아니라 태양절이나 광명성절 행사를 축소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제적 비웃음을 당하는 걸 싫어하는 김정은이 본인의 우상화를 위해 생일을 기리는 방식은 당분간 하기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임 교수는 “할아버지나 아버지의 생일 행사도 이번에는 축소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