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걸리는 영화 렌더링 2~3개월로…AI 영역 ‘무한 확장’

입력 2025-01-09 10:00
게티이미지뱅크

영상 제작에 필수적인 렌더링의 기간과 비용을 단축하기 위해 클라우드부터 인공지능(AI) 솔루션까지 다양한 해결책이 등장하고 있다. 업계는 기술력 발전을 통해 자금력이 부족한 영세 창작자들에게도 시각효과(VFX) 접근성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콘텐츠 업체들의 공통 고민거리는 영상에 시각효과(VFX)를 입히는 렌더링 과정의 시간과 비용을 단축하는 것이다. 렌더링은 각종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반영된 이미지를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작업이다. 실제 세계에서 광원(빛)이 만드는 그림자, 반사광, 재질감 등을 이미지에 반영하고 이를 실사와 결합한다. 특수효과가 중요한 영화는 물론 애니메이션, 건축 디자인, 게임 등에서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됐다.

문제는 렌더링이 대규모 연산력을 투입해야 하는 작업이라는 점이다. VFX 스튜디오에서 이뤄지는 전체 작업 시간 중 절반 이상을 렌더링이 차지하고 있다. 2~3시간 분량의 영화 작업에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클라우드 렌더링 서비스가 보편화하고 있다. AI 모델 개발이나 서버가 필요한 기업들이 필요에 따라 실시간으로 데이터센터의 연산력을 빌려오듯, 클라우드를 통해 렌더 팜의 연산력을 빌려오는 것이다. 렌더링 업체 개러지팜(Garage Farm)에 따르면 자체 렌더팜을 운영할 경우 최소 1년에 8만 달러(1억2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지만, 클라우드 렌더링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이를 1만 달러(1500만원)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

풍부한 연산능력을 바탕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시장을 장악해온 빅테크 기업들 역시 클라우드 렌더링을 공략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지난해 4월 렌더링 관리를 단순화하는 AWS 데드라인 서비스를 출시하며, 사용자가 수 분 안에 클라우드 안에서 렌더 팜을 구축할 수 있게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역시 실시간으로 렌더링 상황을 점검할 수 있는 ‘리모트 렌더링’ 서비스를 통해 세밀한 공동작업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렌더링에 AI 솔루션을 결합해 추가로 부담을 줄이는 방식도 등장했다. 높은 화질의 영상일수록 렌더링 작업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일반 화질 영상에서 렌더링을 완료한 뒤 이를 고화질로 바꾸는 식이다.

국내 업체 포바이포는 최근 자사의 화질 개선 솔루션 ‘픽셀’과 렌더링 과정을 결합하는 실증을 거쳐 이를 최초로 제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말 픽셀은 영상 솔루션 기업 SGO의 VFX 솔루션 ‘미스티카(MISTIKA)’에 정식 플러그인으로 탑재됐다. 포바이포 관계자는 9일 “AI 솔루션을 결합하면 영화의 렌더링 기간을 1년에서 2~3개월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다”며 “렌더 팜 비용도 추가로 절반 이상 절감할 수 있어 프리랜서 창작자들과 스타트업의 접근성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