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지사 “객실 많다고 관광분야 투자 제한해선 안돼”

입력 2025-01-08 17:22 수정 2025-01-08 17:27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8일 오전 제주도청 탐라홀에서 2025년 제1차 경제정책협의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도내 관광분야 신규 투자를 늘려 숙박시설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관심이 모아진다.

오 지사는 8일 오전 제주도청 탐라홀에서 열린 올해 첫 경제정책협의회 회의에서 “관광분야 신규 투자가 계속 제한되고 있다”며 “더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제주지역 경제 동향 브리핑에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도내 고용관련 지표가 악화하고 있다는 내용이 보고되자, 이에 대한 정책 방향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이후 제주지역 취업자 수가 감소세로 전환했고, 이에 따라 고용률이 하락하고 실업률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도소매 음식·숙박 건설업을 중심으로 부진했고, 20~30대 취업자 수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더 크게 감소했다.

이에 대해 오 지사는 “도소매, 음식·숙박업에서 청년 고용 감소 폭이 크고, 청년 유출이 증가하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면서 “청년 유출을 막으려면 관광분야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유치해 고용이 늘어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객실 수가 많으니 더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숙박시설을 원한다”며 “이 같은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주지역 숙박업소는 내국인 관광객 감소와 객실 과잉 공급으로 이미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앞서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2018년 입도 관광객 수를 기준으로 도내 체류 관광객 수(17만6000명)를 도출해 도내 필요 객실 수가 4만6000실이라고 추산했다. 발표 당시 도내 객실은 총 7만2000실로, 이미 2만6000실이 과잉 공급됐다고 분석했다.

2024년 객실 수는 총 7만9000실로 6년 전보다 10%(7107실) 더 늘었다.

반면 관광객은 2018년 1431만4000명에서 지난해 1378만3000명으로, 53만명 이상 줄었다.

이마저도 외국인 관광객(190만7600명) 중 30%인 60만명은 객실이 필요하지 않은 크루즈 관광객이다.

농어촌민박 등 일반 도민이 운영하는 숙박업소의 주요 고객인 내국인 관광객은 2018년 1308만9000명에서 지난해 1187만6300명으로 121만명 이상 감소한 상태다.

이처럼 도내 객실 수가 적정 규모를 훨씬 웃도는 상황에서 내국인 관광객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제주에선 폐업하는 숙박업소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500여곳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도내 숙박업계 관계자는 “객실 과잉 공급 규모가 매년 악화하는 상황에서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불법 숙박 영업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대출 이자는 계속 내야 하고 손님은 줄고, 현장에선 관광업계 불경기를 더 크게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도내 사업체 5곳 중 1곳은 숙박·음식점업이 차지하고 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