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수괴될 줄은…” 尹 죽마고우 이철우 교수의 탄식

입력 2025-01-08 16:29
2021년 6월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대화를 나누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철우 연세대 교수.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의 죽마고우로 58년간 우정을 이어온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윤 대통령을 두고 “극우세력의 수괴가 될 줄 몰랐다”고 한탄하며 사실상 절연을 고했다.

이 교수는 8일 새벽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40년에 걸친 민주주의의 공고화를 통해 가지게 된 믿음에 취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극우세력이 재편성되고 있음을 우리는 간과한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윤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시절 ‘적폐 청산’에 앞장섰던 점을 거론하며 “문재인의 사냥개 노릇을 마다하지 않고 문재인정부가 조성한 반일 정서에 발맞춰 강제징용 판결을 옹호하면서 (이를) 조심스러워하는 나에게 눈을 부라렸던 윤석열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극우세력의 수괴가 될 것임은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을 준비하던) 2021년 그의 언동에서 진영적 사고와 갈라치기, 폭력적 기운을 느꼈지만 그의 졸개들이 추진한 홍범도 흉상 제거, 2023년 8·15 경축사를 통해 반대 세력을 공산전체주의로 몰아세우는 담론 전략을 보기 전에는 그가 정신적으로 화융할 수 없는 사람임을 깨닫지 못했다”고 돌이켰다.

또 “홍범도 흉상 철거 계획을 꾸짖는 광복회장을 겁박하기 위한 시위대가 우리 집 앞에 와서 연일 고성을 지르는 것을 보면서, 백범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궤변이 정권의 비호를 받는 것을 보면서, 일본 제국주의의 주구들을 섬기는 자들과 식민지 노예근성을 노멀로 여기는 자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세력임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2021년 6월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대화를 나누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철우 연세대 교수. 뉴시스

이 교수는 “현재의 극우 정치는 초보적 논리와 팩트를 부정하도록 군중을 세뇌하고 선동하는 것을 통해 전개된다”면서 “그것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무속의 노예가 된 한 개인의 심성과 행태로 문제를 환원하지 않는 것은 물론 극우세력의 역사적 기원 및 통시적 변천과 발전을 되돌아보고, 그들의 행동의 단순한 도구나 매개물이 아닌 그들의 주체성과 행위를 구성하고 규정하는 물질의 작용에 대한 과학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와 윤 대통령은 대광초와 서울대 법대를 함께 다닌 죽마고우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부친인 이종찬 광복회장과 함께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을 물심양면 돕기도 했다. 이 회장은 윤 대통령의 부친인 고(故) 윤기중 교수와도 오랜 인연이 있다.

50년 이상 이어져 온 두 집안의 친분은 지난해 8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문제로 틀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이 회장은 뉴라이트 계열로 지목된 김 관장을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백범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로 만들려는 음모”라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이 교수 역시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역사 인식을 꼬집었다.

이 교수는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서도 계엄 해제 사흘 뒤인 지난해 12월 6일 페이스북에 “허튼소리로 치부되는 부정선거론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는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면서 성숙한 민주주의가 그런 도전에 어떻게 임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 궁금해진다”고 적은 바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