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수급 비상… 대안은 ‘교회 합병’? 주의할 점은

입력 2025-01-08 15:13 수정 2025-01-08 15:36
전북 익산 오산교회 성도들이 지난해 성탄 예배를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오산교회 제공


2020년 전북 익산에 교회를 개척했던 양성원 목사는 계약 만료 전 갑자기 자리를 비워달라는 상가 주인의 요청에 예배 처소를 잃을 상황에 처했다. 백방으로 예배당 자리를 수소문하던 중 약 3㎞ 떨어진 곳에 있던 오산교회에서 청빙 요청이 왔다. 오산교회는 전임 목회자가 사임한 후 몇 달간 담임목사 자리가 공석이던 차였다.

양 목사는 개척 후 하루도 빠짐없이 거리 전도를 나가 교회로 인도한 성도들을 도저히 두고 갈 수 없었다. 그는 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예배당도 없는 교회에 새로운 목사님이 올 리도 만무하니 내가 사역지를 옮기면 교회가 폐쇄될 상황이었다”며 “상의 끝에 모든 성도가 오산교회로 적을 옮기기로 했다. 서류상으로는 청빙 절차를 밟았지만 넓게 보면 위기에 놓였던 두 교회가 하나가 돼 공생의 길을 찾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오산교회 성도들은 매주 호박죽을 만들어 지역 주민들에게 나누며 전도하면서 새로운 부흥을 꿈꾸고 있다.

한국교회 목회자 수급 문제가 커지면서 교회 합병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담임목사가 은퇴를 앞뒀으나 후임을 구하지 못한 교회와 목회자는 젊으나 예배당이 없는 상가교회가 상부상조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장 김종혁 목사) 총회는 지난해 개최한 ‘목회자 수급 콘퍼런스’에서 교회 합병에 대해 다뤘다. 예장통합(총회장 김영걸 목사)도 교회동반성장위원회가 주최한 ‘자립대상교회 목회자 선교대회’에서 교회 합병 매뉴얼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예장통합은 지난 회기 22개 교회가 합병을 진행했다.

이종민 총신대 교수는 “예장합동은 지난해 자체 조사 결과 담임목사 1만1235명 중 76%가 2040년 은퇴하며 특히 2030년에는 최대 578명이 은퇴하면서 담임목사를 청빙하지 못하는 교회들이 눈에 띄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는 각 교회가 알음알음 정보를 교환해 합병하는 것을 넘어서서 노회 차원의 전략적인 교회 합병이 필요한 때라 본다”며 “한 목회자가 건강하게 교회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적정 성도 수를 약 500명이라 볼 때 각 지역 대표 교회를 중심으로 3~4개 교회가 건강한 합병을 진행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회 합병은 여러 사항을 고려해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의견이다. 4년 전 교회를 합병한 이규 시티미션교회 목사는 “합병하는 교회끼리 많은 대화와 약속이 필요하다”면서 “양측이 그냥 ‘은혜로’ ‘기도로’ 잘한다는 마음가짐을 넘어서 마치 회사를 인수·합병하듯이 작은 것이라도 터놓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티미션교회 청년들이 지난달 29일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성도의 집을 찾아가 함께 주일 예배를 드리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티미션교회 제공


시티미션교회는 후임 목사를 구하지 못하고 성도의 고령화가 심했던 서부성결교회와 청년들이 많이 모이던 신촌아름다운교회가 연합해 탄생한 교회다. 초기엔 합병을 원하지 않은 성도들이 교회를 떠나기도 했고 남은 성도들은 갑자기 생긴 원로목사에 적응해야 하는 등 어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동이 불편해 교회에 오기 힘든 어르신 성도 집을 청년들이 찾아가 유튜브로 함께 주일 예배를 드리는 등 어르신들과 청년들의 연합이 이뤄지고 있다.

이 목사는 “합병 당시 양측 담임목사가 직접 소통하지 않고 준비위원회를 만들어 세부 사항을 논의했던 것이 주효했다”며 “교회 재산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부터 원로목사실을 만들지 말지까지 까다롭게 문서로 만들었기에 현재까지 이로 인한 분쟁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교회에 합병에 대해 문의를 하러 오는 목회자도 늘어나는 것을 보면 앞으로 교회 합병은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합병 초기에 어려움이 없을 수 없지만 결국 교회가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함께 희망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합병의 장점이 크다”고 덧붙였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