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 정치의 상징적 인물인 장마리 르펜이 7일(현지시간) 향년 96세로 별세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르펜은 심혈관 질환 등으로 최근 건강이 악화돼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1928년생인 르펜은 1972년 극우 정당 국민전선(FN, 현 국민연합·RN)을 창당해 반(反)이민, 민족주의, 반유럽연합(EU) 기치를 내걸며 프랑스 정치사에 강렬한 흔적을 남겼다. 2002년 대선에서는 1차 투표에서 2위를 기록하며 결선에 진출, 프랑스 정치권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러나 결선에서 자크 시라크 대통령에게 크게 패했다.
르펜은 홀로코스트를 “제2차 세계대전의 작은 디테일”이라 표현하거나 독일 점령 시절을 옹호하는 등 수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무슬림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도 서슴지 않아 극우 정치의 상징이자 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2011년 당권을 딸 마린 르펜에게 넘긴 뒤에도 그의 강경 노선은 당내 갈등을 촉발했다. 마린 르펜이 ‘탈악마화’ 전략으로 당의 외연을 확장하려 하자 부녀 간 갈등이 깊어졌고, 결국 2015년 장마리 르펜은 당에서 제명됐다.
마린 르펜은 부친의 별세 소식에 즉각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는 “그는 항상 프랑스에 봉사하고 프랑스의 정체성과 주권을 수호했다”며 애도를 표했다. 엘리제궁은 “극우의 역사적 인물인 그는 약 70년 동안 우리나라의 공적 영역에서 역할을 수행했고, 이제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며 “공화국 대통령은 그의 가족과 가까운 이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반면,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장마리 르펜의 행동은 여전히 용납될 수 없다”며 “그가 퍼뜨린 증오와 인종차별, 이슬람 혐오, 반대유대주의와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