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이후 여객 수요 폭발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글로벌 항공업계가 올해도 호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계엄·탄핵 등의 여파로 인한 고환율과 무안공항 참사라는 초대형 악재를 맞닥뜨린 국내 항공업계에선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최근 2025년 글로벌 항공산업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매출은 올해(9640억 달러)에서 16% 증가한 1조700달러로 예측했다. 순이익도 종전 315억 달러에서 15% 증가한 366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IATA는 실적 개선을 전망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여행 붐’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윌리 월시 사무총장은 “항공사들이 낮은 유가를 활용하고, 탑승률을 유지한다면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 승객수는 사상 처음으로 50억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지만 국내 항공업계의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12.3 비상계엄 후폭풍으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오른 것이 부담이다. 항공업계는 리스(대여)비와 연료비, 정비비 등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고정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항공참사까지 발생했다. ‘인력 대비 운항 횟수 과다’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정비 부실’ 문제가 지적되면서 LCC 기피 현상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비행기가 무서워 못 타겠다”고 말하는 등 ‘항공 포비아(공포증)’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은 아직 예매율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앞으로의 수요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만일 사고 조사 결과가 밝혀지고 제주항공의 과실이 일부라도 인정된다면 항공사에 대한 신뢰도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문제도 성장을 방해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항공사들은 주문한 여객기를 제때 받지 못하느 상황이다. IATA는 “2024년 항공기 인도 추정치는 1254대로 연초 예상치보다 30% 부족하다”며 “심각한 공급망 문제가 2025년까지 항공사 성과에 계속 영향을 미쳐 비용을 증가시키고 성장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