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었어요” 안유성 셰프가 찡했던 그 순간 [인터뷰]

입력 2025-01-08 04:00 수정 2025-01-08 04:00
무안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음식 봉사 중인 안유성 셰프. 안 셰프 제공

무안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을 위해 ‘음식 봉사’를 해온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출신 안유성 셰프가 봉사 후일담을 전했다. 안 셰프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제 재능이 음식 만드는 것밖에 없지 않나”라며 “음식이라도 만들어서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안 셰프는 참사가 발생했던 지난달 29일 오전 무안공항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친구로부터 처음 사고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여객기 추락 상황을 직접 목격한 친구가 안 셰프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린 것이다. 안 셰프는 “전화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뉴스가 나오더라”며 당시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충격에 휩싸인 것은 안 셰프의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요리를 생업으로 하는 두 사람은 함께 음식 봉사를 하는 데 뜻을 모았다. 안 셰프는 “친구는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장사도 접고 음식 봉사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안 셰프 역시 참사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김밥 200인분을 만들어 무안공항에서 유족과 만났다. 김밥 한 줄을 맛본 한 유족은 덤덤한 목소리로 “맛있네요”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그 말이 지속적인 음식 봉사의 발단이 됐다. 안 셰프는 “그 한마디가 참 뭉클했다”며 “이분들이 여기 계시는 동안에는 음식을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유가족이 지내는 재난구호 텐트가 공항 내 식당과 거리가 먼 것이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유족들이 식사하기에 불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안 셰프는 이에 새해 첫날인 1일 전복죽 1000그릇을 준비했다. 슬픔에 빠져 식사를 제대로 못했을 유가족이 전복죽을 먹고 기운을 차리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다음에도 떡갈비, 떡, 주먹밥, 샌드위치 200개 등 다양한 음식을 준비했다. 전날 친구 가게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다음 날 현장에서 봉사를 하는 식으로 총 3번 엿새 동안 공항을 방문했다.


“유족분들이 식사가 넘어가시겠어요? 안 넘어가시죠. 그런데 한 유족분이 전복죽을 조금 드시고는 기운이 난다고 하시더라고요. 다음 날에는 감사 인사를 전하겠다고 제가 근무하는 업장에 찾아오셨어요. 유족들에게 큰 힘이 됐다고 말씀해주시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안 셰프는 자신을 도와준 많은 사람이 있었기에 음식 봉사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 셰프가 호남지회장으로 있는 한국조리기능장 협회 관계자 17~18명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안 셰프를 도왔다고 한다. 함께 흑백요리사에 출연했던 최지형, 방기수, 임희원, 배경준 셰프 등도 힘을 보탰다. 또 김밥, 전복죽, 떡갈비 등은 안 셰프가 자비로 직접 준비했지만, 떡이나 주먹밥 등은 주변에서 십시일반 도와준 것이라고 한다.


안 셰프가 이처럼 음식 봉사에 나선 것은 참사 자체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지만, 나름의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한 다리 거치면 다 연결되는 분들이더라. 저희 집에 오는 단골분도 계시고 초밥을 자주 주문해가던 여성분도 있고, 함께 방송했던 PD도 있다. 그 PD는 오늘이 발인식이었다”며 “가족 일처럼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일식 요리사인 안 셰프는 광주광역시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참사 사망자의 대부분은 전남·광주 지역민인 것으로 파악됐다.

안 셰프는 “유족분들뿐만 아니라 현장에 계신 소방관분들에게도 음식을 대접했다. 컵라면, 김밥만 드시다가 5일 만에 처음으로 밥을 드셨다고 하더라”며 “어머니가 해주신 것 같은 밥을 먹었다고 하시는데 참 뭉클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들이 빨리 회복되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